코리아오픈 탁구대회
예선 경기 우즈벡 3-0으로 완파
중국 주유링·왕만유조와 16강전
“나한테 사인을 해.”(서효원) “그게 뭐예요 언니?”(김송이)
“언니! 타격하세요.”(김송이) “타격? 아, 스매시!”(서효원)
쓰는 용어가 달라 이질감을 느낀 것도 잠시, ‘원 팀’이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남북 단일팀으로 구성된 여자복식 서효원(31)-김송이(24) 조는 18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신한금융 2018 코리아오픈’ 여자 복식 예선에서 우즈베키스탄의 킴 올가-킴 레지나 조를 3-0(11-4 11-5 11-2)으로 가볍게 이기고 16강에 올랐다. 시작 20분 만에 끝난 일방적인 경기였다.
이번 대회에 남자복식, 혼합복식에서도 단일팀이 꾸려졌지만 서효원-김송이 조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다. 둘 다 수비 전문이면서 남북한 에이스로 꼽힌다. 서효원은 여자대표팀 중 단식 세계랭킹이 13위로 가장 높고, 김송이는 2016년 리우올림픽 여자 단식 동메달리스트다. 둘은 지난 5월 스웨덴 세계선수권 여자 단체전에서도 이미 단일팀을 경험했다. 그러나 당시 단체전은 단식으로만 진행됐기 때문에 복식 파트너로 호흡을 맞추는 건 처음이다.
둘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이날 많은 취재진이 몰렸고 관중들도 “잘~한다. 잘~한다. 코리아”를 외치며 응원했다.
단일팀이 대회 개막 직전 결정되는 바람에 훈련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서효원은 “합동훈련을 하루 했고 오늘 경기 전 30분 정도 함께 훈련했다”며 “처음에는 긴장을 좀 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서로 대화가 많아졌고 호흡도 잘 맞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리둥절했던 남북 탁구 용어도 이제는 꽤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서효원은 “‘사인을 하라’고 했더니 송이가 ‘그게 뭐냐’고 물었다”면서 “거기(북한)서는 사인을 ‘표시’라 한다더라. 송이가 저보고 타격하라길래 무슨 뜻인가 했더니 스매시였다. 이제 한 가지씩 들리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서효원-김송이 조는 19일 중국의 주유링-왕만유 조와 16강전을 치른다. 단식 세계랭킹에서 주유링이 1위, 왕만유가 2위에 올라 있는 톱 클래스 선수들이다. 서효원은 “첫 상대는 좀 쉬웠다. 상위 선수들과 어떤 경기를 할지 우리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안재형 여자대표팀 감독은 “김송이가 나이는 어리지만 복식 경험이 많아 리드를 잘 해주고 효원이도 잘 따라가고 있다. 4강 이상의 성적을 바라보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전=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