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0.1%p 낮추면서
5만명 늘려 월 23만명 예측
전문가들 “건설 경기 둔화 등
고용 악재 일시 해소 어려워”
내년에는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낮겠지만 고용 시장은 개선될 것이라는 정부 입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의 고용 부진 요인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성격인 데다 성장세 저하로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는 터라 정부 전망이 장밋빛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19일 기획재정부, 학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2.9%, 내년 2.8%로 0.1%포인트로 낮추면서도 내년 취업자 수 증가폭(월 평균)은 올해(18만명)보다 5만명 늘어난 23만명으로 예측했다. 투자 부진, 수출 증가율 감소 등으로 성장세가 떨어질 것으로 진단하면서도, 올해 상반기 내내 ‘쇼크’ 수준으로 악화됐던 고용 상황은 오히려 반등할 것으로 내다본 셈이다.
내년 취업자 수 반등을 예상하는 근거로 기재부는 ▦민간소비 회복 ▦외국인 관광객 증가 ▦자동차ㆍ조선 등 제조업 구조조정 여파 완화 등이다. 올해까지는 고용탄성치(해당 산업 성장에 따른 고용 변화)가 낮은 반도체 산업이 성장을 견인했다면, 내년부터는 소비 회복과 내수 진작에 따라 일자리 창출 능력이 높은 서비스업 중심으로 고용 시장이 개선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고용탄성치가 높은 산업이 성장하면 전체 성장률이 낮아져도 고용이 반드시 이에 비례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상반기 내내 고용 시장을 옥죄고 있는 요인들이 내년이 된다고 대거 해결될 리 없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정부가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었던 요인들이 고용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올해부터 나타나고 있는 건설경기 둔화 및 설비투자 감소의 속도가 내년엔 더 빨라질 전망이라 고용이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구조조정 국면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자동차산업과 조선업도 선행지표인 수출 증가율이 3~6월 나란히 하락하고 있어 지금으로선 고용 개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 전망이다.
더구나 정부가 취업자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해 온 경제활동인구 증가폭은 내년에 더욱 축소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내년 15세 이상 인구는 올해 증가폭(25만9,000명)보다 1만4,000명 줄어든 24만5,000명 증가에 그친다. 이 수치에 정부가 제시한 내년 고용률(67.2%)을 곱하면 취업자는 16만5,000명에 머물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의 내년 고용 전망치(23만명)에 도달하려면 인구 감소 영향을 상쇄할 만한 수준의 일자리 창출이 수반돼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 분석과 달리 서비스업 또한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어 고용이 늘어날 것으로 낙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표학길 서울대 명예교수는 “내년 최저임금을 10.9% 인상하기로 결정된 만큼 자영업자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 고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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