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국민의 대리인으로 기금을 책임 있게 관리할 방안을 먼저 얘기해야 하는데 기업을 관리할 방안만 담고 있다.”(황인학 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기업과 국민연금이 대화를 늘리고 관계를 쌓다 보면 좋은 기업은 투자가 늘어나는 등 든든한 백기사를 얻을 수 있다.”(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국민연금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 공청회. 코 앞으로 다가온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의결을 앞두고 학계, 경영계, 금융투자업계, 시민사회를 대표해 나온 토론자, 그리고 공청회장을 가득 메운 250여명의 방청객들은 격론을 벌였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집사(스튜어드ㆍsteward)처럼 국민연금이 돈을 맡긴 국민의 자산을 최선을 다해 관리한다는 취지로 도입되는 주주권 행사지침이자 모범규준. 도입을 한다는 방침은 이미 정해진 상황이지만, 세부 쟁점을 둘러싸고는 의견이 팽팽히 갈릴 수밖에 없었다.
복지부가 이날 공개한 초안에 따르면 올해는 의결권 행사 사전공시, 주주대표 소송 근거를 마련하고 내년부터 기업과 비공개 대화를 확대하는 등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제도를 도입할 계획. 주주 제안을 통한 사외이사 후보 추천, 의사 관철을 위한 의결권 위임장 대결 등 재계에서 ‘경영권 침해’라고 반발하는 조항은 대거 제외됐다. 이 때문에 노동계를 대표한 정용건 연금행동집행위원장은 “국민연금이 집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핵심 사항은 포함해야 하는데 주주제안 등이 빠지며 제도 실효성이 크게 떨어졌다”며 “이런 수준의 안에도 연금사회주의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송민경 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도 “손실을 보는 것이 명확한데도 아무런 주주권도 행사하지 않는다면 국민에 대한 무책임”이라고 꼬집었다.
보다 강화된 경영 참여 방안이 담겨야 한다는 제언도 쏟아졌다. 정 위원장은 “최소한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경영 참여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찬진 변호사는 “주주 제안은 최소한 2021년부터는 이행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로드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영계 입장을 대변하는 토론자들은 여전히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 경영권에 간섭할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기업의 경영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가입자 보호만을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하면 자본시장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고, 정우용 상장회사협의회 전무는 "기업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무작정 반대하는 게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 명확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의 갑작스러운 영향력 확대를 우려해 운용자산의 46%를 위탁하는 위탁운용사에게 의결권을 위임하기로 한 것에 대한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았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위탁운용사의 상당수는 기업이나 금융사들이 운영하고 있어 기업과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수 밖에 없다"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종합해 오는 26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최종안을 의결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바로 다음달부터 확정된 지침에 따라 주주활동을 하고, 8월 중 주주권 행사를 맡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구성도 완료할 예정이다. 최경일 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일각에서 과도한 경영간섭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스튜어드십 코드에서 정한 원칙 기준 등에 따라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투명한 절차에 의해 운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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