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금융정책ㆍ감독 분리”
내용대로라면 조직 축소해야
금융위원회가 금융소비자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관련 조직을 확대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가 금융위가 겸하고 있는 금융감독과 금융산업 정책을 분리하는 ‘금융감독 체계 개편’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국정과제 내용대로라면 조직 축소가 불가피한 금융위가 되레 덩치를 키운 셈이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금융위 조직 개편 방안이 담긴 개정령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개편은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금융혁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직 확대가 필요하다는 금융위 요청을 행정안전부가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소비자 정책을 담당하던 중소서민정책금융관이 금융소비자국으로 확대 개편됐다. 금융소비자국은 각 부에 분산된 소비자 보호 제도를 총괄 조정하고 소비자 보호정책을 발굴하는 역할을 한다. 또 취약계층을 상대로 한 가계부채 부담 완화 정책 등도 다룬다.
핀테크(IT 기술을 접목한 금융서비스)로 대표되는 금융분야 혁신을 지원할 금융혁신기획단도 2년 한시 조직으로 세워진다. 금융혁신 관련 정책을 총괄하고 가상통화 시장을 관리ㆍ감독하는 것이 주임무다. 김일재 정부혁신조직실장은 “이번 금융위 조직 개편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금융혁신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 조직개편은 그러나 문 대통령 취임 후 발표된 국정과제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엔 금융산업 구조 선진화 차원에서 금융위 조직을 기능별로 개편하고, 추후 정부조직 개편과 연계해 금융정책과 감독을 분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산업 육성이 초점인 금융정책과 금융사의 영업행위 및 건전성 감시가 목적인 금융감독은 이해상충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금융위가 정책과 감독 업무를 동시 관장하는 현행 체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다. 정부 안팎에선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부를 신설해 금융위 기능을 흡수하고 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으로 통합하는 방안이 표준안으로 굳어져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현안에 밀려 금융감독 체계 개편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적어지자 금융위가 선제적으로 조직 확대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번 조직 개편으로 금감원과 정책 중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취임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에 모든 정책 역량을 쏟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양 기관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데, 정책 내용은 거의 비슷해 마치 경쟁을 벌이는 듯한 양상”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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