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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사람 잡는 인도…“무슬림 탄압 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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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사람 잡는 인도…“무슬림 탄압 구실”

입력
2018.09.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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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머리와 가슴을 때리면 치명적일 수 있으니 등이랑 다리에 상처를 입혔다. 그래서 죽지는 않았다.”

인도에서 텐트 대여 회사를 운영하는 람 쿠마르는 워싱턴포스트(WP)에 당당하게 말했다. 밤마다 도살용 소를 운반하는 업자들을 찾아 다닌다는 쿠마르는 최근 지인들과 함께 소를 운반하던 무슬림 남성을 차에서 내리게 하고 집단으로 폭행했다.

인도에서 소를 경외 시 하는 다수 힌두교인들의 소수 무슬림에 대한 탄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지난해 소 관련 혐오 범죄로 11명의 무슬림이 인도 전역에서 사망했다. 올 들어서는 지난 5월 남부 텔란가나주와 카르나타카주에서만 최소 5명의 무슬림이 숨졌다. 지난 6월 북동부 자르칸드주에서 ‘소를 훔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폭행을 당한 무슬림 피해자의 아버지는 “아들은 소를 거래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을 뿐”이라며 억울해 했다. 터키 매체인 예니 사팍은 “힌두교도에 의한 집단 무슬림 폭행은 이전부터 있어 봤지만, 빈도와 심각성이 증가됐다”고 전했다.

인도 내 무슬림들의 삶이 악화된 건 인도 정부의 태도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집권 정당 인도국민당(BJP)은 힌두교인들에게 소 보호를 위한 일을 할 것을 독려, 소를 다루는 일에 종사하는 무슬림에 대한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 쿠마르는 “이전 정부에서는 체포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지금 정부에서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타르프라데시주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다 최근 업종을 바꾼 유니스 쿠레시는 “현 정부 들어 사람들이 나를 다르게 대하는 게 느껴진다”며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박해 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인도 무슬림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BJP에 의한 소 보호 강화 조치 이후 40억 달러(약 4조5,000억원) 규모의 세계 최대 인도 소 수출 산업은 15%나 줄었다. 인도 최대 주인 우타르프라데시주는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 중 한 곳이다. 지난해 취임한 BJP 소속 요기 아디티야나트 주총리는 소 도축장을 폐쇄시키고, 5만여개의 정육점을 문 닫게 했다. 이 같은 조치로 우타르프라데시주 마하반에 사는 2,200여명의 무슬림 중 3분의 1은 직업을 잃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무슬림들을 위한 시설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정부가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소를 보호한다는 건 무슬림을 탄압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힌두교를 우위에 두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소 중에서도 버팔로는 힌두교에서 신성하게 여기는 대상이 아닌데, 버팔로를 운반하거나 거래하는 것조차 문제를 삼는 건 대표적 사례다. 버팔로를 트럭으로 실어 나르는 일을 하고 있는 버라 쿠레시는 “도로에서 ‘소 자경단’의 테러를 당할까 출발하기 전에 항상 불안하다”며 “아내가 운전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면 안 되겠느냐고 제안했지만 다른 할 일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뇌물을 요구하면서 원하는 만큼 돈을 주지 않으면 때리거나 근거 없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찰도 적지 않다. 가축수출협회 관계자는 “경찰과 극단적인 힌두교인들이 버팔로와 트럭을 뺏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합법적으로 버팔로를 거래하는데도 이 같은 방해 공작으로 지난해 기준 이송 비용이 30%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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