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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렉시트 늪’에서 허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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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렉시트 늪’에서 허우적

입력
2018.07.17 17:31
수정
2018.07.17 19:3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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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총리, 강경파 압력에 밀려

수정법안 수용하며 갈지자 행보

‘제2 국민투표’ 주장까지 솔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6일 총리 관저가 있는 다우닝 스트리트에 도착해 걷고 있다. 호피 무늬의 플랫 슈즈가 눈길을 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6일 총리 관저가 있는 다우닝 스트리트에 도착해 걷고 있다. 호피 무늬의 플랫 슈즈가 눈길을 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내년 3월(브렉시트 협상 만료 시한)로 예정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앞두고 영국 정치권이 ‘브렉시트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소프트 브렉시트’(EU와 일정 관계 유지)를 공표한 지 사흘 만에 돌연 ‘하드 브렉시트’(EU와의 완전결별)를 주장하는 강경파 요구를 들어주는 갈지자 행보를 보이면서, 상황이 꼬여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요 장관들이 줄줄이 사표부터 내던지는가 하면, 급기야 집권당인 보수당 내부에서까지 브렉시트 2차 국민투표 실시 주장까지 나오는 등 정치적 혼돈이 심화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16일(현지시간) EU와 영국의 관세를 동일하게 유지하는 소프트 브렉시트 안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내용의 수정 관세 법안을 수용했다. 수정 법안은 영국 하원에서 찬성 305 대 반대 302의 근소한 표차로 가까스로 가결됐다.

메이 총리는 이번 수정 법안이 소프트 브렉시트 안을 추진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경파들의 반발로 소프트브렉시트 안이 폐기되는 사태는 일단 막겠다는 고육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프트 브렉시트 지지자들 사이에선 메이 총리가 강경파에 굴복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수당 애나 소브리 의원은 “(수정 법안을 제안했던) 유럽통합회의론자들이 실질적으로 영국을 이끌어가게 됐다”며 메이 총리의 줏대 없는 리더십에 직격탄을 날렸다. BBC는 “메이 총리가 야당은 물론 보수당 내부에서도 강ㆍ온파의 압박으로 양쪽에서 모두 치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와중에 보수당에서는 제2의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영국 정치권에선 이미 강온파가 갈려서 어떤 결론도 내릴 수 없는 만큼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의견을 물어 최종적으로 쐐기를 박자는 취지다.

지난 1월까지 메이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으로 일했던 보수당 중진 저스틴 그리닝 하원의원은 보수 일간 더 타임스 기고문에서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안 ▦노 딜 브렉시트안(아무런 관계 설정 없이 EU 탈퇴) ▦EU 잔류안 등 3가지를 안건으로 부쳐 국민들의 선택을 받자고 제안했다. 총리실은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제2의 국민투표는 없다”고 가능성을 일축하는 분위기지만, 그리닝 하원의원은 재투표에 공감하는 보수당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현 정치권이 어떤 결론도 도출하지 못하는 교착 상태라는 데 의원들 다수가 공감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BBC는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데 의회 승인이 필요하고 만약 결정이 나더라도, 국민투표를 준비하는 데 수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브렉시트 시한인 내년 3월까지의 재투표 실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도했다. 만약 국민투표가 실시돼 EU에 잔류하는 결정이 나오더라도, 브렉시트 조치를 마음대로 번복할 수도 없다. 28개 EU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메이 총리는 10월 EU 정상회담을 브렉시트 최종안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내부 정지작업이 필요하지만, 영국 정부는 다음주로 예정된 하원 여름 휴회 기간을 일주일 앞당겨 당장 목요일부터 시행하는 안건을 내놔 이날 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통과되면 하원은 9월 4일에나 다시 열린다.

영국 가디언은 “메이 총리 입장에선 휴지기를 갖는 게 좋은 방향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당장 새로 임명된 도미닉 랍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이 목요일 브뤼셀을 방문해 EU와 협상에 나서는데 이를 통해 시간을 벌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노동당에선 “한심하다”거나 “아이디어가 고갈된 정부”란 날 선 비판이 나왔고, 보수당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른 휴회 결정에 반대하겠다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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