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토크
tvN '미스터 션샤인'
드라마 첫 출연하는 김태리
발성 좋고 저음 말투 근사해
이병헌과의 멜로감성은 부조화
의병활동ㆍ미 등장 시기 안맞아
시대극 경험 없는 작가의 한계
'군함도'처럼 친일파 부각 인상
김은숙표 '대사발'은 여전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PD가 또 한 번 샴페인을 터뜨리려 하고 있다. tvN 토일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첫 회에서 시청률 8.9%(닐슨코리아ㆍ유료플랫폼 기준)로 깜짝 출발을 하더니, 지난 16일(4회) 시청률은 10.6%를 기록했다. KBS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와 tvN드라마 ‘도깨비’(2017)에 이어 3연속 홈런을 날릴 기세다. 김 작가는 달콤한 남녀의 사랑이야기(‘프라하의 연인’과 ‘시크릿 가든’ 등)에 집중하다 전쟁(‘태양의 후예’)과 판타지(‘도깨비’)로 장르를 확장하더니 개화기부터 일제강점기로 이어지는 역사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으로 펜을 옮겨갔다. 제작비 400억원을 들여 조선 노비 출신 미군 유진 초이(이병헌)와 조선 사대부 규수 고애신(김태리) 등의 특별한 인연을 묘사했다. 격동의 시기를 살다간 이들의 웅장하고도 낭만 어린 사연은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을까. 한국일보 대중문화 담당 기자들이 모여 안방극장 최고 화제작인 ‘미스터 션샤인’을 하나하나 짚어봤다.
강은영 기자(강)=“칭찬부터 해보자. 400억원의 제작비가 허투루 쓰이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시대적 볼거리가 풍성하다. 조선과 미국 일본 러시아 등 동서양이 어우러진 화려한 색감과 고전미에 눈을 뗄 수 없다.”
양승준 기자(양)=“시대극 볼거리로는 역대급이다. 영화 ‘밀정’ 못지 않게 세트를 구현해 놓아 인상적이다. 의상에서 소품까지 눈호강을 하는 것 같았다.”
김표향 기자(김)=“미장센이 너무 좋다. 성조기와 태극기를 겹쳐서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주는 장면 같은 경우 이미지로 감성을 전달하려는 시도인데,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겠더라.”
이소라 기자(이)=“색감이 눈부셨다. 특이했던 건 빛으로 배우의 얼굴과 시대적 색채를 표현하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빛의 농도를 구별해서 쓰는 게 보였다.”
강=“막대한 제작비 투입과 사전제작이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안정된 느낌이 들었다. 매회 완성도도 뛰어났다.”
이=“제작 준비가 잘돼 있으니 배우들의 연기력이 도드라졌다. 드라마 첫 출연인 김태리는 ‘연기로는 할 말 없게 만드는’ 이병헌에 안 밀린다.”

양=“김태리는 신예지만 발성과 발음이 좋다. 미국 영사 대리인 유진 초이나 하인들을 대할 때 근엄한 저음의 말투가 너무 근사했다.”
김=“모바일로 다시보기 할 때 김태리가 하는 대사는 한 번도 앞으로 돌려본 적이 없다. 귀에 쏙쏙 들어올 만큼 대사 전달력이 좋았다. 이 드라마를 통해 등급이 달라질 것 같다.”
강=“이병헌과 김태리가 20살 차이여서 거부감이 들 줄 알았는데 김태리의 연기가 너무 좋으니 (나이차가) 크게 부각되진 않는다.”
김=“하지만 멜로 감성이 드러날 때는 너무 불편하다. 어울리지 않았다. 마치 삼촌과 조카 같다.”
이=“멜로 감성에 몰입하다가도 두 사람이 한 화면에 잡히면 조화가 안 되는 느낌이다.”
양=“김민정의 재발견이 가장 눈에 띈다. 전작에선 볼 수 없던 묘한 분위기를 지녔다.”
강=“스토리가 방대하다. 의병활동과 신미양요, 일제침략 등 주요한 사건들이 다뤄진다. 역사적 사건이 한꺼번에 쏟아지니 버거운 면도 있다.”
김=“스케일이 엄청 커서 캐릭터 각각을 이해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이야기 전개가 느려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 아직까지는 모르겠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인지, 멜로를 하려는 건지 이야기의 무게중심이 없다.”

강=“역사 고증이 아쉽다는 말도 많다. 의병활동 시기나 미국인들이 조선에 들어왔던 시기 등이 실제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시대극을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김은숙 작가의 한계라는 말도 나온다.”
양=“16일 청와대 게시판에 ‘역사왜곡이 불편하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하루 만에 7,000명 넘게 동의를 했다. ‘미스터 션샤인’이 식민지사관을 따르고 있고, 친일을 미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극중 구동매(유연석)가 소속된 것으로 설정됐던 흑룡회는 명성황후 시해사건과 관련이 있는 단체다. tvN은 친일미화 소지가 있다고 인정하고 흑룡회를 무신회로 바꿨다.”
양=“두 남자 주인공 유진 초이와 구동매가 미국과 일본의 맨 앞에 서 있다. 유진 초이는 노비로, 구동매는 백정으로 태어나 조선에서 버림 받고 조국을 떠난 인물이다. 또 친일파 이완익(김의성)은 일본에 조선을 팔아 넘기려는 인물이다. 조선의 몰락이 마치 이들에 의해서 촉발된 듯한 이야기 전개다.”
강=“지난해 영화 ‘군함도’ 상영 때 논란이 떠오른다. 일본의 만행이 축소되고 강제징용된 조선인과 친일파의 갈등이 더 부각되는 듯해 비판 받았다.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에 방영된다고 하는데, 잘못된 역사를 심어줄 수 있는 위험요소가 있긴 하다.”
양=“해외 판매를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라 너무 눈치를 보는 것 같다. 해석의 여지는 많지만 어느 쪽도 악당으로 만들지 않으려는 듯하다.”
김=“어찌 보면 그 시대를 잘 보여주는 설정일지도 모른다. 풍전등화 같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던 시기였다. 당장 살아야 하는 생존본능이 발동한 인물들이라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 아니었을까”
이=“불안한 시대상을 보여주며 현재와 공명하는 부분이 있다. 지금도 북미 관계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요동을 친다. 100년 전과도 다르지 않다.”
양=“친일파가 호텔 사장인 쿠도 히나(김민정)에게 ‘계집애가 무슨 사장이야’하는 식의 발언은 현재와도 연결된다.”
강=“그래서 더 여성캐릭터들에 감정이입이 된다. 김은숙 작가의 위트가 아닐까도 싶다.”
양=“김 작가의 소위 ‘대사빨’은 이번에도 위력을 발휘한다. ‘나의 낭만은 독일제 총구 안에 있을 뿐이오’라는 고애신의 대사가 좋았다.”
강=“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에선 눈살이 찌푸려졌다. 노비와 백정이라는 이유로 자식이 보는 앞에서 매질과 죽임을 당하고, 양반에게 겁탈 당하는 장면도 나왔다. 매회마다 폭행 장면이 나온다.”
양=“그래도 김 작가가 드라마 한 편으로 이룩한 업적은 부인하지 못하겠더라. 드라마 산업화의 첨병이 아닐까 싶다.”
정리=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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