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국회 정무위원 24명 설문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완화”
10명 찬성 4명 유보… 반대 없어
특례법 국회 문턱 넘을 가능성 커
위원장이 개혁 성향의 민병두
재벌 타깃 공정거래법 개정 주목
여야 막론, 카드수수료 인하 가닥
금융 및 공정거래 정책 부처를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 절반 가까이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 금지)를 완화하는 데 찬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완강히 반대했던 여당 의원들이 사실상 찬성 쪽으로 돌아서 하반기엔 관련 특례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재벌 대기업을 겨냥한 규제 법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이 정무위원장 자리를 차지하면서 정부의 재벌개혁 드라이브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정무위원 과반이 은산분리 완화 쪽으로
17일 본보가 최근 새로 꾸려진 정무위 소속 의원 24명 전원을 상대로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입장을 물은 결과 10명이 찬성한다고 답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4명은 유보 입장을 밝혔다. 남은 10명은 현안을 파악 중이라고 답했는데, 모두 정무위에 새로 배정된 의원들이었다.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특례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는 상황에서 이들 법안에 반대 입장을 밝힌 의원은 한 명도 없었던 셈이다.
유보 입장을 밝힌 여당 의원 4명은 찬성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까지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강하게 반대했던 이학영, 제윤경, 전해철 의원도 “완전한 찬성은 아니지만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며 유보로 돌아섰다. 사실상 은산분리 완화로 기울고 있는 당론에 따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학영 의원은 “산업자본으로 인해 금융자본이 무너지는 일이 없게끔 칸막이를 철저히 하자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입장인 만큼 (은산분리 반대라는)원론만 고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정무위 분위기를 감안하면 하반기에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상당히 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위원장인 민병두 의원을 비롯해 여당 간사(정재호), 자유한국당 간사(김종석), 바른미래당 간사(유의동) 모두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찬성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지난해까진 민주당이 당론으로 특례법을 반대해 법안심사소위원회 통과도 불가능했는데 이젠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귀띔했다. 정무위원 10명이 소속된 법안소위는 합의제 방식이라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상임위원회 심의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상황이었는데, 이러한 걸림돌이 사라졌다는 의미다.
여당이 위원장… 재벌개혁 가속화할 듯
개혁 성향의 민병두 의원이 정무위원장을 맡으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재벌개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는 하반기에 재벌 대기업을 타깃으로 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과 금융그룹 통합감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이들 법안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근절하려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삼성을 비롯한 금융그룹에 이전보다 훨씬 엄격한 자본규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여당은 “정부 법안 취지에 공감하는 만큼 적극 지원하겠다”는 태도고, 야당은 완전한 반대는 아니지만 타당성은 철저히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여야 관계없이 정무위 의원들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하반기 중점 추진 과제로 삼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카드수수료율은 인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 소액이라도 점주가 카드 결제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의무수납제 역시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는 연말 카드수수료율 개편 방안을 내놓는다.
시장은 초긴장 상태다. 특히 정무위원장이 야당(김용태 한국당 의원)에서 여당인 민주당 소속으로 바뀐 것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간 청와대와 정부가 강성 정책을 내도 (야당 위원장이 있는)국회가 어느 정도 바람막이나 조정자 역할을 했는데, 이젠 당정청이 모두 같은 편이라 기업 입장에선 브레이크가 사라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그간의 상임위 활동을 보면 민병두 의원은 경제에 깊은 전문성이 있다기보다는 다소 개성이 강한 스타일”이라며 “위원장이 주로 조정 역할을 맡는다고 해도 첨예한 사안마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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