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도 허점을 악용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 위해 의료기관 설립 기준ㆍ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면허를 빌려 의료기관을 세워도 형사처벌을 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2009년부터 적발한 1,273개 사무장병원을 일반 의료기관과 비교ㆍ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불법 개설 의료기관(사무장병원)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17일 밝혔다. 사무장병원이란 주로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사ㆍ법인 등의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의료기관을 뜻하지만, 의료인ㆍ법인이 타 의료인 명의를 대여해 설립하는 경우까지도 포함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2009년 단속에 걸린 사무장병원은 6곳에 불과했지만 2011년 152곳으로 폭증한 뒤 2015년 166곳, 2016년 222곳, 지난해 225곳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사무장 병원은 부족한 인프라와 의료 인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과잉진료 등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사무장병원의 의료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2012~2016년 병의 종류와 연령ㆍ중증도가 같은 환자 100명이 입원했을 때 사망자 수는 일반 병원급(300병상 미만) 의료기관이 98.1명, 사무장병원이 110.1명이었다.
사무장병원은 그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건보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지만 최근 9년 간 1조8,112억원에 달하는 진료비를 부당 청구해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는 이를 모두 환수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단속 근거 미비 등으로 징수율은 7.29%(1,320억원)에 그치는 실정이다. 더욱이 사무장이 직접 의료법인 이사직을 매수하거나 지인을 중심으로 형식적인 이사회를 구성하는 등 설립 방식도 지능화해 진입을 막는 데도 한계가 커지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과거 사후적발에 초점을 맞추던 것에서 벗어나 ‘사전예방’에 방점을 찍고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지방자치단체 지침으로만 운영됐던 의료법인 설립 기준에 대해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의료법에 담을 예정이다. 또 ▦의료법인 임원지위 매매 금지 ▦이사회 특수관계인 비율 제한 ▦이사 중 1인 이상 의사로 선임 등의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도 진행한다. 비의료인이 형식상으로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을 꾸려 불법 사무장병원을 세우는 일도 빈번했던 만큼, 의료생협 제도 폐지도 검토한다. 과잉진료 등 운영과정에서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해 특별사법경찰관을 운영해 상시 단속에도 나선다.
기존에는 없었던 ‘의료인의 사무장병원 설립’에 대한 법적 제재 방안도 마련된다. 의료법 개정을 통해 다른 의료인의 면허를 빌려 의료기관을 설립한 의료인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사무장에 대한 처벌도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기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대폭 상향하는 개정안을 추진한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법률개정 등을 포함해 2019년까지 제도 개선을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