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결정으로 산업 전반에 파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보험업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사고 발생 시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보험금 일부가 최저임금의 영향권에 있기 때문이다. 지급 보험금이 늘어나면 보험 원가가 상승, 결국 자동차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18일 손해보험업계의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 따르면 자동차 사고 피해자가 자신의 실제 소득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 보험사는 ‘일용임금’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자동차보험 대인배상에는 부상을 입었을 땐 일을 하지 못해 발생한 ‘휴업손해’를, 사망했을 때는 살아 있었다면 벌 수 있었던 소득인 ‘상실수익’을 각각 보상하는 규정이 있다. 휴업손해 비용과 상실수익을 지급할 때 주부나 학생 등은 명시적으로 소득 증명을 하기 어려운데 이때 기준으로 삼는 것이 일용임금이다. 휴업손해와 상실수익 보험금의 80% 이상이 일용임금 기준으로 지급되고 있다.
일용임금은 대한건설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각각 발표하는 건설노임단가, 제조노임단가를 더해 평균하여 도출된다. 각 단가는 공사장의 보통인부, 제조업에서 단순노무종사자로 일하는 근로자의 일당에 해당하며 6개월 주기로 공표된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노임단가 자체는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산정 시 최저임금 상승률이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면서 시장원리에 따라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 대형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올해는 차량 정비료 인상 등 다른 분야에서도 보험 원가 상승요인이 있어 전체 손해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며 “추이에 따라 조정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사고 발생 건수나 진료비 지급 증감 등 보험료를 결정하는 다른 변수가 많아 지켜봐야겠지만, 자동차보험의 대인배상 기준은 화재ㆍ영업배상 책임보험 등에 준용되고 있어 다른 상품도 최저임금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보험은 민생과 밀접해 그간 보험사가 보험료를 인상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최근 보험연구원이 소비자물가지수를 통해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간 의료비, 차량 수리비 등 보험 원가는 지속 상승했으나 같은 기간 보험료는 0.13% 하락했다.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성과 보험사 간 경쟁 심화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원가 상승이 보험료에 반영되지 않고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향후 갑작스런 인상 등 시장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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