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처방에 불만을 품은 70대 남성이 평소 다니던 병원에 불을 질렀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대형 참사가 날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경북 경산경찰서는 17일 병원 입구 바닥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른 혐의(현존건조물 방화)로 이모(74ㆍ경북 경산시)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이날 오전 10시24분쯤 경북 경산시 중방동 5층 건물 2층에 있는 한 개인병원 출입구 바닥에 미리 준비해 간 시너를 뿌린 뒤 라이터로 불을 붙인 혐의다.
이씨는 시너를 뿌린 뒤 고함을 치며 난동을 부리다 말리는 간호사와 실랑이를 벌였고, 이 와중에 갑자기 라이터를 키면서 불이 붙었다.
불이 나자 간호사 등이 재빨리 소화기로 불을 꺼 재산피해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진화 과정에서 간호사 2명이 연기를 마시는 등 부상했다. 의사 1명과 진료실에 있던 환자 1명도 이씨가 휘두른 지팡이에 등을 맞는 등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이전부터 이 병원에 다녀온 이씨는 담당의사가 처방한 약이 이전과 다르다면서 불만을 품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방화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16일 이 병원에서 약을 처방 받았다. 이전까지 처방 받아온 혈액순환제와 상품명이 달랐고, 이 사실을 알고는 앙심을 품고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씨와 병원 측을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한 뒤 방화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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