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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DNA 바꾸는 ‘밀레니얼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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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DNA 바꾸는 ‘밀레니얼 세대’

입력
2018.07.17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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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A와 명품 브랜드 극과극 매치 

 재력 아닌 안목∙감각∙개성 뽐내 

 자유분방 길거리 패션 끌어안은 

 구찌∙발렌시아 매출 호조에 

 루이뷔통∙버버리도 체질 개선 

구찌의 디오니소스 구찌파이 가죽 숄더백. 고전적이고 우아한 기존의 디자인과 달리 화려한 장식이 특징이다. 구찌 홈페이지
구찌의 디오니소스 구찌파이 가죽 숄더백. 고전적이고 우아한 기존의 디자인과 달리 화려한 장식이 특징이다. 구찌 홈페이지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태어난 이들을 지칭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명품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틀에 박힌 명품보다 개성이 강하고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브랜드를 선호하며 저렴한 옷과 값비싼 가방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매치하는 등 기성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명품을 소비한다.

16일 국내 주요 백화점 3사의 상반기 명품 매출 증가율은 15~20%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브랜드별로 온도 차가 분명하다. 구찌, 발렌시아가 등은 24% 이상의 고속 성장한 반면 루이뷔통, 프라다, 버버리, 페라가모 등은 10%대 초반이거나 한 자릿수 성장률로 부진했다. 샤넬은 구찌, 발렌시아가 등에 밀리긴 했지만 여전히 10%대 중반의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어지는 구찌와 발렌시아가의 인기는 자유분방한 스트리트 패션을 끌어안은 결과다. 구찌는 무명 디자이너였던 알레산드로 미켈레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해 파격적인 변신을 꾀했다. 우아하고 고상한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화려하면서 톡톡 튀는 괴짜 패션을 선보이며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해외에선 구찌 매출의 절반 이상을 25~35세의 밀레니얼 세대가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렌시아가 역시 스트리트 브랜드 베트멍의 디자이너 뎀나 바살리아가 합류하면서 큰 폭으로 성장했다.

반면 루이뷔통, 프라다, 버버리 등은 과거 명성보다 부진한 모습이다. ‘고루하다’는 인상에 젊은 층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루이뷔통은 이런 인상을 씻어내기 위해 지난해 스트리트 브랜드인 슈프림과 협업하는 등 밀레니얼 세대 공략에 나섰고 펜디와 버버리, 알렉산더왕도 속속 스트리트 브랜드와 손을 잡고 있다. 김병조 롯데백화점 해외명품 수석 바이어는 “최근 명품 상품군은 개성 넘치는 디자인과 트렌디함으로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필하는 브랜드들이 사랑받고 있다”며 “명품 고유의 클래식함을 고집하는 브랜드는 매출이 부진한 편이다”라고 말했다.

루이비통과 슈프림의 협업 제품들. 루이비통 제공
루이비통과 슈프림의 협업 제품들. 루이비통 제공

밀레니얼 세대 남성도 명품 소비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최소 수천만원에서 최고 수십억원에 이르는 파텍필립을 비롯해 롤렉스, 바셰론 콘스탄틴 등 초고가 명품 시계 브랜드는 올 상반기 국내에서 100% 이상의 신장률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남성 고객의 매출 비중이 최근 들어 크게 늘었는데 특히 명품 구매액이 급증했으며 이들 고객은 70% 이상이 30, 40대였다”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기성세대와 가장 큰 차이점은 극과 극의 소비를 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자라나 H&M 등 저렴한 SPA(제조ㆍ유통 일괄형) 브랜드와 구찌, 샤넬 같은 브랜드를 과감하게 매치한다. 신세계면세점 패션 부문 관계자는 “밀레니얼 세대는 명품만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장식하는 것을 촌스럽다고 여긴다”며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는 것보다 안목과 감각, 개성을 드러내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둔다”고 설명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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