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정책의 궤도 수정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16일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기계적인 목표일 수는 없다”며 “우리 경제가 최저임금 인상폭을 감당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해 최저임금 정책을 우리 경제의 ‘소화능력’에 맞추겠다는 입장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반드시 관철한다는 입장이었다. 올해와 내년을 합쳐 최저임금이 29.1%(누적) 인상된 배경이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한계 근로자의 임금이 올라 서민가계 소득증대로 이어져 소비와 내수를 살리는 ‘소득주도 성장’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다. 하지만 전반적 불황 속에 올해 최저임금이 16.4% 급등하면서 오히려 서민 일자리가 줄고, 서민 가계소득이 감소하는 ‘역효과’가 빚어졌다.
신규취업자 증가폭이 2월 이래 연속 4개월 10만명 전후로 추락한 점,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대치로 치솟은 점, 1분기 하위 20% 저소득층 가구 소득이 8.0%나 감소한 점 등이 역효과를 반영하는 지표로 해석됐다. 청와대는 당초 이런 현상이 최저임금보다 경기불황, 인구구조 변화, 산업 구조조정 등의 영향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려 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물론, 김동연 경제부총리까지 최저임금 급등 등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정책 전환을 모색하게 된 셈이다.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정책 궤도 수정 시사는 당장 “나를 잡아가라”며 사상 최초의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을 선언하고 나선 소상공인ㆍ자영업자 등을 달래는 데 초점을 뒀다. 당정이 즉각 고용안정자금 배정 외에, 임대차보호법 개정, 카드 수수료 인하, 프랜차이즈 불공정 행위 감독 강화 등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최저임금 정책이 유연성을 갖게 된 건 다행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위험도를 높이고 있는 내부 요인이 비단 최저임금뿐만 아니라는 점에서, 정부는 차제에 경제정책의 유연성을 높일 더 큰 폭의 궤도 수정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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