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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공격 위주 검법을 주로 수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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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공격 위주 검법을 주로 수련했다”

입력
2018.07.17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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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낙현 한중연 전문위원

‘무예도보통지’ 속 검법 분석

“일본은 방어 동작이 더 많아”

조선 무인의 모습을 그려둔 그림. '무예도보통지'는 조선뿐 아니라 중국, 일본 무인들의 훈련법까지 집대성한 책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조선 무인의 모습을 그려둔 그림. '무예도보통지'는 조선뿐 아니라 중국, 일본 무인들의 훈련법까지 집대성한 책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적극적 공격법을 집중 수련토록 한 거지요. 임진왜란 때 탄금대 전투에서 신립 장군이 왜군에게 격파 당한 뒤 개인 무예의 중요성에 눈을 뜬 겁니다.”

16일 곽낙현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 전문위원의 설명이다. 곽 위원은 정조 때 편찬된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 속 검법을 분석한 ‘무예도보통지의 동아시아 도검무예 교류사’를 내놨다. 임진ㆍ병자 양란 이후 국방을 강화할 필요성이 대두됐고, 정조 대에 들어 집대성된 것이 바로 ‘무예도보통지’다. 이 책엔 조선의 검법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의 검법도 함께 담겨 있다. 비교해서 연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곽낙현 한중연 전임연구원
곽낙현 한중연 전임연구원

곽 위원은 무예도보통지 속 검법 동작들을 일일이 다 분석했다. 의외로 한중일 삼국 가운데 조선의 검법이 가장 공격적이었고 일본의 검법이 방어적이었다. 책을 만들기 위해 일본 사무라이의 긴 칼 쓰는 법을 알아 내려 첩자까지 보내 입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그렇다. 실재 조선의 검법 52개 동작 중 공격적 동작은 33개(63%), 중국은 105개 중 54개(51%), 일본은 164개 동작 가운데 79개(48%)였다. 이 검법 동작들은 그냥 의례적인 게 아니었다. 곽 위원은 “시대가 지나면서 책에 실린 무예가 실전 기술보다는 개인 수련 쪽으로 기울긴 했지만 이 검법은 장교와 사병 모두가 익혔고, 국왕 앞에서 시범도 보이고, 군인들의 승진에도 반영되는 등 그 영향이 매우 컸다”고 설명했다.

'무예도보통지'에 실린 '교전보'. 글 뿐 아니라 그림까지 함께 실은 것은 일반 병사들도 보고 익히라는 배려였다. 한중연 제공
'무예도보통지'에 실린 '교전보'. 글 뿐 아니라 그림까지 함께 실은 것은 일반 병사들도 보고 익히라는 배려였다. 한중연 제공

공격적 검법이 나오게 된 건 역시 양란의 경험이었다. 곽 위원은 “양란 이전 조선의 주된 군사작전 대상은 북방의 여진족이었고, 기마병에 대항하려면 개인의 무예보다 ‘오위진법’ 같은 단체전술이 유효했다”면서 “조총을 든 왜군에게 이 전술을 쓰다 대패하면서 조선의 군사전술은 대대적인 수정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무예도보통지는 19세기까지 명맥을 이어갔고, 총과 대포 기술이 발달하면서 점차 현실세계에서 멀어져갔다.

곽 위원이 세세한 동작 분석까지 들어간 건 ‘무예도보통지’ 속 무예를 재현하는데 기초자료로 삼기 위해서다. 전통 무예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면서 ‘무예도보통지’는 주목대상으로 떠올랐으나, 아직까지 모두가 동의하는 완벽한 재연은 없다. 이번 분석을 기초로 통일안을 만들어볼 수 있다.

무예도보통지의 표지
무예도보통지의 표지

남북협력 문제도 있다. ‘무예도보통지’ 기록 자체는 지난해 북한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 책을 소장하고 있으며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완역본을 내놨다는 점 등을 인정받았다. 이제 남은 건 그 안에 담긴 무예의 재연이다. 곽 위원은 “세계기록유산에는 ‘연속유산’ 개념이 있어서 기록이 유산으로 인정된다면 그 기록의 재연도 유산으로 인정될 수 있다”면서 “남북이 함께 구체적인 동작을 분석해 무예를 재연해내는 데 힘을 합치면 남북 교류협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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