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부고 졸업사진 촬영 현장
기상천외 분장ㆍ패러디 매년 화제
‘스켈레톤 영웅’ 윤성빈 변신도
# 정치풍자 ‘사전 심의’ 논란 속에
남북정상회담ㆍ청문회 장면 등 나와
경기도 교육청은 유튜브 생중계
기상천외한 분장과 날카로운 현실 풍자를 곁들인 패러디로 매년 화제를 뿌린 경기 의정부고 졸업사진 촬영 현장이 16일 공개됐다.
올해도 독특한 콘셉트의 사진들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정치풍자 문제로 ‘사전 심의제’가 도입되면서 예전만큼의 날 선 풍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날 자체 방송 프로그램인 유투브 ‘레알스쿨’을 통해 의정부고등학교 졸업사진 촬영현장을 생중계했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다양한 인물의 패러디가 등장했다. 한 학생은 평창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스켈레톤 영웅 윤성빈으로 변신했다. 이 학생은 한 손에 눈썰매를 잡고 폭풍 질주를 앞둔 윤 선수의 포즈를 묘사해 폭소를 자아냈다.
고등래퍼 우승자 김하온의 모습을 패러디 한 학생과 그룹 마마무 멤버 화사의 곱창 먹방을 따라 한 학생도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정치 관련 분장을 한 학생들도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분장을 한 두 학생은 두루마리 휴지를 가운데 놓고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남북정상회담의 한 장면을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한 학생은 지난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립밤을 바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모습을 따라 했다.
한 학생은 “최고 힙(hip) 한 서울시장 신지예”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지방선거 때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내건 녹생당 신지예 전 서울시장 후보를 패러디 한 것이다.
사진들은 공 들인 느낌도 역력했다. 모바일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 캐릭터 분장을 한 학생은 “이틀 밤을 꼬박 새웠다”고 말했고, 영화 300을 패러디 한 학생은 “수차례 실패했지만 결국 완성했다”고 기뻐했다.
의정부고는 2009년부터 재치만점의 졸업앨범을 선보이며 ‘졸업사진 패러디 원조’로 불렸다. 처음에는 추억을 남기기 위해 시작된 분장과 패러디 사진들이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며 전시회까지 여는 등 학교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정치 세태를 풍자하고 꼬집는 패러디와 분장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날카로운 시사 풍자가 시들해졌다. 일부 정치풍자 사진에 대해 일부 보수단체가 명예훼손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학교 측이 홍역을 치른 것. 결국 지난해 대통령 탄핵, 대통령 선거 등 대형 정치 이슈가 즐비했지만 정치 풍자 사진은 거의 없었다.
올해도 학교 측이 미리 학생들에게 촬영 콘셉트를 제출 받고, 학생회와 회의까지 거치면서 사진 촬영 통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학교 측은 “여러 혼란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이지 통제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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