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320명 체포… 치안 고삐
두테르테식 즉결처형엔 비난 고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경찰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전개 중인 치안강화 작전으로 지금까지 11명이 사살된 것으로 집계됐다. 인권침해, 즉결 처형 등의 논란도 일고 있다.
16일 현지 일간 자카르타 포스트에 따르면 자카르타 지방경찰청은 지난 3일 시작한 범죄와의 전쟁에서 320명을 체포했다. 특히 저항하거나 도주한 52명에 대해서는 경찰이 가차없이 발포했다. 이에 따라 11명이 숨지고, 나머지는 중상을 입었다.
아르고 유워노 자카르타 지방경찰청 대변인은 “작전 중인 경찰에 저항하거나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드함 아지스 경찰청장은 노상강도와 오토바이 날치기 등 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세우고 작전 경찰에 저항할 경우 발포 등으로 엄격하게 대응하라고 일선에 지시 내린 바 있다.
인권단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휴먼라이츠 아시아담당인 펠림 키네 부국장은 “자카르타 경찰청의 행태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지시로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 경찰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며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대규모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두테르테의 범죄 통제 방식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 국가인권위원회(KontraS)도 “경찰의 행동은 사법권을 침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용의자에 대한 발포는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내달 아시안게임을 전후로 수만 명에 이르는 외국 선수와 선수단 관계자, 관광객이 자카르타를 찾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경찰 측의 설명이다. 범죄조직을 약화시키지 않을 경우 외국 선수와 관광객 상대로 범죄가 잇따르고 인도네시아 국가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범죄와의 전쟁을 펼치기 전인 지난달 29일에는 자카르타 코타 투아 지역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행인을 쓰러뜨리고 가방을 빼앗아 달아난 2인조 강도 중 한 명이 뒤쫓아 온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이달 2일과 3일에는 여성 행인을 상대로 휴대전화와 금품을 빼앗은 남성 2명이 잇따라 사살됐다. 현지 한 소식통은 “자카르타 시내에서는 오토바이 날치기, 차량 절도 등 노상 강도는 부지기수”라며 “큰 행사를 앞두고 국가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지만, 행사가 가까워질수록 시내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전했다.
8월 18일~9월 2일 수도 자카르타와 남(南)수마트라주 팔렘방에서 진행되는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아시아 45개국을 대표하는 1만1,000명 선수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이는 아시안게임 역사상 최대규모로 알려졌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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