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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정부의 안이한 위기의식

입력
2018.07.1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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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위기의식’라는 용어가 언론 매체에 자주 등장한다. 국내 경제지표는 물론이고 최저임금 인상 문제로 사업을 할 수 없을 지경이 된 소상공인들의 위기의식은 심각한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막무가내식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전 세계가 공포에 떨면서 위기의식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우리 같은 부품 주도 수출형 국가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중국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직접 관세장벽을 치고 있다. 무역전쟁의 끝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 미국 월가에서 신흥시장 투자 귀재로 불리는 마크 모비우스의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미중 무역전쟁 발발 이후 개발도상국 주식이 10%가량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역전쟁이 심화하고 달러화 가치가 높아져 미국과 유럽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펼치면 신흥국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추론이다. 이미 일부 신흥국은 통화 위기를 겪고 있다.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금융위기는 다년생 잡초처럼 질긴 것”이라고 했다. 아르헨티나는 금융위기를 10번 가까이 맞이했다.

▦ 물론 위기의식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호황에도 불구하고 위기의식을 강조하면서 오랫동안 경쟁력을 이어 왔다는 분석도 있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처럼 위기의식을 성장동력으로 전환하려는 노력도 제법 있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도 최근 김동연 경제부총리와의 간담회에서 “불확실한 경제 상황도 문제지만 모바일 쇼핑과 해외직구 시장의 빠른 성장, 1인 가구 증가 등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 항상 절박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면서 “혁신 성장이 절실하다”고 했다.

▦ “위기는 늘 사람들의 탐욕과 희망 섞인 기대가 예상치 못한 정치적ㆍ경제적 기류의 변화를 만나 일어났다. 그러나 대개 사람들은 그런 작은 사건이 큰 위기로 발전하게 될지를 예측하지 못했다.” (조윤제의 저서 ‘위기는 다시 온다’) 경제 환경이 만만치 않은데도 정부는 위기의식이 부족한 것 같다. 고용이 악화하고 투자ㆍ소비도 주춤하는데도 정부는 8개월째 우리 경제가 회복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식이다. 다들 경기가 좋지 않다고 아우성인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자는 건지. 정부 행태에 도통 신뢰가 가지 않는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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