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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책꽂이] 원자부터 우주까지 조화로움, 과학 오디세이에서 얻는 성찰

입력
2018.07.16 18: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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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ㆍ이덕환 옮김

까치 발행ㆍ558쪽ㆍ2만3,000원

▦추천사

지구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것에 대한 과학적 고찰을 흥미진진하게 써내려 간 책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과학적 탐색을 통해 물질과 존재의 근원 등에 대해 압축하여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진부하거나 피상적이지 않아서 전공자와 비전공자 모두에게 만족스럽습니다. 적지 않은 분량이 약간 부담될 수도 있겠으나 한번 책장을 넘겨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일독하기에 어렵지 않습니다. 원자부터 우주에 이르기까지 그 안에서 서로 주고받는 조화로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발견할 수 있으며, 인류의 진화라는 큰 행운에 대한 감사와 그로 인한 성찰을 얻을 수 있다면 그건 이 책의 보너스입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 연합뉴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 연합뉴스

미국의 저명 여행작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가 쓴 과학 교양서다. 스스로 고백하듯 저자는 ‘과학 문외한’이다.(그는 책머리에 책 출간 후 내용상 오류를 지적해준 이들의 명단을 길게 소개하는 ‘감사의 글’을 실었다) 그는 집필 동기에 대해 초등학생 때 자신을 매혹했던 과학 교과서의 그림을 언급한다. 그것은 지구의 4분의 1을 잘라낸 단면이었는데, 우리가 밟고 있는 땅 속은 불연속적 층으로 이뤄져 있고 심층엔 철, 니켈 등이 태양 표면에 맞먹는 온도로 녹아 있다는 사실에 “어떻게 그런 사실을 알아냈을까” 하고 궁금해 했던 기억을 꺼낸다. 그러나 과학 교과서 어디에도 의문을 풀어줄 해답은 없었노라고 저자는 말한다.

‘과학이란 엄청나게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갖고 성장해 세계적 여행작가로 일가를 이루게 된 저자가 “불현듯 내가 살고 있는 유일한 행성에 대해 그야말로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있다는 불편한 생각”에 휩싸였을 때, 이 책은 필연적으로 나를 포함한 인류, 우리가 사는 지구, 지구를 둘러싼 우주에 대한 무구한 의문들을 풀어나가려는 여행기, 말하자면 ‘지적 오디세이’가 될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저자가 3년에 걸쳐 책과 잡지를 탐독하고 전문가를 인터뷰하고, 이를 너무 기술적이지도 피상적이지도 않게 풀어내고자 했던 결과물이다.

책은 모두 6부로 구성됐다. 1부는 우주에 관한 이야기로, 인류가 광대한 우주의 신비를 어떻게 밝혀냈는지를 다루면서 대폭발(빅뱅) 이론, 팽창 이론, 다중우주론 등 주요 우주론을 섭렵한다. 2부는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를 소재로 삼는다. 옛 사람들이 지구의 크기를 측정해온 역사를 시작으로 지질학의 역사, 지구 생성의 역사, 지구 구성 원소 등으로 화제가 진행된다. 3부는 20세기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주요 과학 이론을 이야깃거리로 삼는다. 현대물리학의 기초인 열역학, 양자론, 상대성이론은 물론이고 원자의 구조, 소립자, 초끈 이론 등이 과학 초심자의 눈높이에 맞게 소개된다.

4부는 지구를 ‘위험한 행성’으로 명명하면서 소행성과 혜성의 충돌, 지진과 화산, 지자기 반전 등 지구 내부와 지구를 둘러싼 우주의 활발한 움직임을 흥미롭게 설명한다. 5부는 지구에 생물이 어떻게 탄생해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지를 주제로 삼는다. 대기와 바다에서 출발하는 생명 출현의 역사와 생물 분류학, 세포의 기능, 진화론, DNA 등 생명과학의 역사가 매끄럽게 펼쳐진다. 6부는 지구 기후의 역사와 인류의 역사를 씨줄날줄 삼아 기후가 어떤 이유로 급변해 왔는지, 고고인류학과 첨단 생명과학은 어떤 지점에서 만나는지를 다룬다.

한국어 번역본 기준으로 500쪽을 훌쩍 넘는 분량이지만 재밌는 여행기나 소설을 읽듯이 술술 읽힌다. 독자의 직관을 자극하는 참신한 비유들이 읽는 맛을 더한다. 예컨대 이런 대목. “양성자는 알파벳 i의 점에 해당하는 공간에 5,000억개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다. 그런 양성자를 10억 분의 1 정도의 부피로 축소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렇게 작고 작은 공간에 어떻게 해서든지 대략 30㎚ 정도의 물질을 채워 넣는다고 상상해보자. 이제 우주를 만들 준비가 된 셈이다.” 대단찮은 천체망원경으로 평생 호주의 밤하늘을 들여다보며 누구보다 많은 초신성을 발견해낸 목사와의 낭만적 인터뷰는 과학이 신(神)만의 영역이 아닌, 인간의 영역이기도 함을 방증한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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