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곤 ICC당사국 총회 의장
“예멘ㆍ시리아도 아직 가입 안해
내전 고통 받아도 도울 길 없어”
“내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예멘과 시리아는 로마규정에 가입하지 않아 국제형사재판소의 관할권이 미치지 못 합니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막기 위해 임기 동안 더 많은 국가를 가입시키는 데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권오곤(64) 국제형사재판소(ICC) 당사국 총회 의장은 16일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ICC Rome Statute) 체결 20주년을 맞아 가진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국제사회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1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ICC 법정에서도 20주년 기념 연설을 통해 국제사회에 로마규정 가입을 호소할 예정이다.
ICC는 로마규정을 통해 국제 사회의 집단학살이나 반인도범죄, 전쟁범죄, 침략범죄 등을 관할한다. 1998년 7월17일 체결된 이 규정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이후 비준국 60개국이 모인 2003년 ICC가 신설됐다. 현재 유엔 회원국의 3분의 2에 이르는 124개국이 로마규정을 비준했다. 권 의장은 “로마규정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은 물론 참혹한 범죄가 벌어지는 시리아와 예멘 등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특히 아시아ㆍ태평양 53개국 중 19개국 만 가입해 다른 지역에 비해 가입율이 저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2002년 로마규정에 가입한 한국도 아직 침략범죄 조항에는 비준하지 않았다. 침략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어 ICC에서 처벌하는 이 조항에 가입하면 자국 정부의 권력남용에 의한 인권탄압이 발생하거나 전쟁, 무력충돌 등으로 정부가 국민을 보호할 수 없을 때 ICC가 개입해 두텁게 보호할 수 있다. 다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회부가 없는 한 침략전쟁 양 당사국이 모두 가입한 때에만 적용된다. 권 의장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제5조 제1항)을 들며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도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비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권 의장은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16차 ICC 당사국 총회에서 의장에 선출했다.
ICC 당사국총회는 재판관과 소추관을 선출하고 재판소 운영 감독과 예산 결정, 로마규정과 소송규칙의 개정 등에 관한 권한을 보유한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ICC에서 한국인이 요직에 오른 건 송상현 전 ICC 소장, 정창호 현 재판관에 이어 세 번째다. 권 의장은 2001부터 2016년까지 15년간 유고전범재판소(ICTY) 재판관을 거쳐 부소장으로 퇴임한 국제형사법분야 최고 전문가이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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