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Ultra’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1953~1964년 약물과 전기자극 등으로 인간 정신과 행동을 통제ㆍ조종하려 했던 비밀 실험 프로젝트 명칭이다. ‘MK’란 첩보작전에 필요한 소형 장비와 변장, 암호 해독 등을 주관하는 CIA 과학기술국 내 기술부(Office of Technical services)의 승인 코드이고, Ultra는 특급 기밀정보를 의미한다.
그 프로젝트는 한국전쟁 포로였다가 귀환한 미군 중 다수가 소비에트 세뇌공작에 노출된 사실을 알게 된 CIA가 당시 앨런 덜레스(Allan Dulles) 국장의 승인 하에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모르핀 등을 이용한 포로 심문과 최면 등은 그 전부터 공공연히 이뤄졌고, CIA 역시 1951년의 ‘아티초크 작전(Artichoke Operation)’과 그 전신인 ‘블루버드 프로젝트’라는 걸 추진한 바 있었다.
실험에는 약물 외에 전기와 빛, 음향, 방사능 자극 등이 동원됐고 내ㆍ외과적 수술도 활용하는 등 총 54개 하위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됐다. 방식은 한마디로, 피실험자에게 자극을 가한 뒤 반응을 살펴 세뇌와 역세뇌, 기억 조작 등의 반응과 작용성을 파악하는 거였다. 약물로는 환각 마약 LSD가 가장 많이 쓰였고, 엑스터시(MDMA), 헤로인, 아편 등도 활용됐다.
피실험자는 포로나 죄수, 정신병원 수감자가 주였지만 평범한 시민이 이용된 예도 있었다. 하위 실험 중 ‘심야의 절정(Midnight Climax)’이라는 건 CIA가 매춘부를 고용해 남성을 ‘안가’로 유인해 벌인 약물실험이었다. 컬럼비아대, 스탠퍼드대 등 대학과 연구소 80여곳이 직ㆍ간접으로 가담한 프로젝트는 하지만, 알려진 바 별 성과 없이 1964년 중단돼 1973년 공식 종료됐다. 당시 CIA 리처드 헬름스(Richard Helms) 국장은 관련 문건 일체를 파기했다.
1974년 12월 뉴욕타임스의 특종보도로 이 엽기적 실험의 일부가 폭로됐다. 워터게이트에 더해 정부 신뢰가 나락으로 추락하자 포드 행정부는 록펠러 부통령을 의장으로 정부기관 불법행위 조사특위를 가동했고, 1976년 정보활동 규제를 규정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특위 조사 이후, 엉뚱한 곳에 보관됐다가 파기를 면한 약 2만쪽 분량의 관련 문건이 1977년 7월 20일 공개돼 실험의 전모가 드러났다. 최윤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