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美, 협상팀 꾸리고 내부 조율 중”
北은 협상시기 등 놓고 시간끌기
북미, 한동안 물밑 기싸움 벌일 듯
미국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3차 방북에서 북한과 합의한 워킹그룹을 구성해 비핵화 실무 협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북한 측에선 특별한 응답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간 미군 유해 송환 협의 진행 상황에 따라 비핵화 실무 협상의 시기와 속도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방문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은 국무부를 중심으로 협상팀이 꾸려지고 있고, 비핵화 등 실질적인 내용 측면에서 내부 조율도 활발히 진행 중"이라며 “미국은 북한과의 후속 협상에 대비한 내부 움직임을 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측 워킹그룹에는 알렉스 윙 국무부 아시아태평양담당 부차관보와 벤 퍼서 국제안보ㆍ비핵산 담당 부차관보, 마크 램버트 한국담당 부차관보 대행 등이 참여하고 있다. 성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는 워킹그룹을 이끌면서 북한과의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북한 측에서는 그간 성김 대사의 협상 파트너였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북한 측 워킹그룹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며 회담 장소는 판문점이 유력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워킹그룹간 실무 협상의 시기를 잡으려는 미국의 독촉에 대해 북한이 여전히 시간을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후속 협상 날짜를 잡아서 협상을 이어가는 게 중요한데, 북한이 아직 답을 주지는 않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북한이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따른 고위급 회담을 두고 시간을 끈 데 이어서 워킹그룹 협의도 지연하면서 당분간 기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다분한 것이다.
미국 측은 일단 비핵화 실무 협상에 앞서 미군 유해 송환 협의를 북한의 향후 협상 태도를 가늠하는 계기로 삼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측은 유해 송환에서 북한이 얼마나 협조적인지를 주시하고 있다”며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생각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북미 양측이 한동안 물밑에서 기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이지만 8월에는 가시적인 움직임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9월 들어서는 북한 정권 수립일인 9ㆍ9절과 유엔 총회,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등 주요 일정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북미간 후속 협상이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 합의가 쉽게 될 것 같지는 않지만, 한미 공조를 토대로 우리는 끈기를 가지고 북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과정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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