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장시간 노동에 익숙해진 중국이 2030년부터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 열풍이 중국에서도 현실화할 지 주목된다.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재경전략연구원과 여유(관광)연구센터, 문헌출판사는 지난 13일 베이징(北京)에서 공동 개최한 ‘레저 그린북: 2017~2018년 중국 레저 발전보고’ 토론회에서 2030년부터 주4일 근무와 3일 휴식제 도입을 제안했다고 봉황망이 15일 전했다. 중국사회과학원은 중국 정부의 주요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권위 있는 국책연구기관이다.
그린북에 따르면 일하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중국인의 휴식시간은 지난해 하루 평균 2.27 시간으로 3년 전의 2.55 시간에 비해 소폭 줄었다. 특히 베이징과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선전(深圳) 등 1선 대도시의 경우 휴식시간이 각각 2.25시간, 2.14시간, 2.04시간, 1.94시간으로 평균보다 더 낮았다. 대도시에 거주할수록 여유가 없는 바쁜 삶을 살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미국과 독일, 영국 등 선진국에선 하류 평균 휴식시간이 대략 5시간으로 중국인들의 2배에 이른다고 그린북은 밝혔다.
그린북은 휴식시간 외에도 유급휴가 제도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나 기업 차원에서 통일된 유급휴가 제도가 아직 정착되지 않음에 따라 중국인들의 휴식이 불균형적이고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그린북은 중국과 선진국 간에 적잖은 격차가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차이가 줄어들 것이므로 2030년에는 주4일 근무가 가능하며 하루 9시간을 일하게 되면 ‘주4일 36시간 근무제’ 도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린북은 “근무시간 단축은 노동생산성에 의해 좌우된다”면서 미국이 1965년부터 2015년까지 노동생산성을 5.34% 높이는 대신 근무시간을 1,979시간에서 1,786시간으로 연평균 0.2%씩 내렸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린북은 주4일 근무제 도입을 위한 중장기 개혁방안으로 3단계 전략을 제시했다. 먼저 유급휴가 제도를 정착시키고 춘제(春節ㆍ설) 연휴와 원소절(정월대보름) 휴가 기간을 늘린 뒤 점진적으로 주4일 36시간 근무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또 경제성장에 따라 노동생산성과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동부지역을 시작으로 점차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국유기업부터 선도적으로 이를 제도화함으로써 순수 민간기업을 자극할 필요성도 건의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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