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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출할 국가와 기획ㆍ제작 함께… K예능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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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출할 국가와 기획ㆍ제작 함께… K예능의 진화

입력
2018.07.16 04:40
수정
2018.07.16 10:3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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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48’ ‘팀셰프’ 등

일본ㆍ태국ㆍ프랑스와 손잡아

판권 수출 넘어 후속사업 노려

언어ㆍ문화 등 차이가 걸림돌

거부감 없는 보편 정서를 담아

Mnet '프로듀스48'은 일본 주요 방송사와 국내에 동시 방송된다. 일본에서 예능 콘텐츠로 미디어 수출 시장의 저변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CJ ENM 제공
Mnet '프로듀스48'은 일본 주요 방송사와 국내에 동시 방송된다. 일본에서 예능 콘텐츠로 미디어 수출 시장의 저변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CJ ENM 제공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글로벌화가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다 제작한 뒤 방영권이나 프로그램 포맷을 수출하던 수준의 ‘K-예능 1.0’을 넘어, 아예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부터 진출할 국가를 염두에 두고 제작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K-예능 2.0’ 시대다. 이런 진화는 커지는 부가사업 시장 때문이다. 판권이나 포맷 수출은 프로그램 판매에 대한 수익 한번으로 끝나지만, 공동 기획ㆍ제작으로 해외에 진출하면 그 다음 단계인 2차 사업을 함께 구상할 수 있게 된다.

Mnet '프로듀스48'은 6조원 규모 일본 음악시장에서 장기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방송화면 캡처
Mnet '프로듀스48'은 6조원 규모 일본 음악시장에서 장기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방송화면 캡처

‘공동 제작’으로 새로운 수익 모델 구축

대표적인 게 Mnet의 ‘프로듀스48’이다. 기획 단계부터 방송 이후 무슨 사업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밑그림을 그려놨다. 한국 제작진이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제공하면, 일본 측은 현지 활동을 위한 전략을 구축한다. 이를 위해 손 잡은 이들이 바로 일본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와 일본 걸그룹 AKB48이다.

‘프로듀스48’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방송이 끝나면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이후 탄생할 걸그룹의 일본 활동 통로까지 찾아내야 성공했다 할 수 있다”며 “현지 프로듀서와의 협업으로 일본 시장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 음악 시장 규모는 6조원으로 추정된다. 이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기 위한 작전이다.

‘프로듀스48’은 일본 이외 시장도 노린다. CJ ENM은 지난달 세계 시청자를 타겟으로 신규 인터넷 TV 서비스(OTT) ‘글로벌 티빙’을 시작하면서 여기에서 ‘프로듀스48’을 공개키로 했다. 일단 전세계에 미끼를 던져두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첫 방송한 jtbc의 ‘팀셰프’는 아예 태국 민영 지상파 방송 그래미GMM원(Grammy GMM ONE) TV와 함께 기획을 시작해, 방송도 양국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 제작은 한국 제작팀 책임 하에 모두 진행하고, 태국 방송사는 태국쪽 캐스팅과 홍보, 마케팅 등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팀셰프’를 제작하는 이엔캐스트의 성희성 PD는 “태국은 미식 천국이기도 하지만 동남아 지역의 미디어 허브이기도 하다”면서 “그런 나라의 방송국을 파트너로 삼으면 프로그램 제작비를 양국이 나눠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동남아지역을 상대로 한 광고 매출과 방송 효과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K팝, 한국드라마 같은 한류의 영향도 있다. 성 PD는 “한류 바람으로 태국은 한국 콘텐츠에 아주 많은 관심을 지니고 있다”면서 “단순히 프로그램을 가져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는 경향이 강하고, 양국 문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만큼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제안이 먼저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10월 방영을 목표로 준비 중인 SBS의 새 오디션 프로그램 ‘더 팬’은 프랑스 제작사 바니제이가 김영욱 PD에게 제안했다. 바니제이는 김 PD가 연출한 SBS의 음악예능 프로그램 ‘판타스틱 듀오’를 유럽 시장에 판매한 인연이 있다. 지난해부터 김 PD와 바니제이는 세계 음원시장과 음악 소비 패턴을 함께 분석하면서 새 프로그램의 포맷을 만들고 있다. 김 PD는 “바니제이는 한국 예능 포맷에 상당한 흥미를 가지고 있다”면서 “치열한 한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국내 제작자들의 창의성과 경쟁력에서 어떤 가능성을 읽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JTBC '팀셰프'에 출연하는 태국 셰프 후토. 한국 셰프팀과 요리대결을 벌인다. jtbc 제공
JTBC '팀셰프'에 출연하는 태국 셰프 후토. 한국 셰프팀과 요리대결을 벌인다. jtbc 제공

문화·정서의 차이는 풀어야 할 숙제

그러나 쉽지만은 않다. 언어, 문화와 정서 차이가 존재하는 다른 세계 시청자들의 입맛을 맞춰야만 한다. 일례로 ‘프로듀스48’은 언어의 장벽을 푸는 것부터 어렵다. 한일 양국 출연자가 96명에 달하다 보니 통역하느라 녹화 시간이 곱절 이상 걸린다. 모두가 거부감 없이 볼 수 있으면서도 재미를 추구해야 하니 주제 선정도 만만치 않다. 이건 주의에 주의를 거듭해야 할 부분이다. Mnet 관계자는 “각 나라 문화에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많이 되어있는 콘텐츠는 오히려 거부감을 살 수 있다”고 했다. 조영식 CJ ENM 통합커뮤니케이션팀 팀장은 “각 국가의 문화를 잘못 해석하면 해외에서는 물론, 한국에서도 실패할 수 있다”며 “해당 나라에 친근한 출연자를 섭외해 이질감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각 나라마다 방송법, 광고시장, 사업 환경 등 방송제작환경이 달라 이에 대한 사전 조율도 꼼꼼히 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한국이나 상대방 국가 등 특정 국가의 문화적 특색을 살리기보다는, 거부감없는 보편적 정서를 담은 예능 프로그램 형태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요리, 음악처럼 “문화적 차이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면서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주제”(성희성 PD)가 공동 제작과 해외 진출에 유리하다. Mnet 관계자는 “특히 음악은 세계 어느 문화권에서나 다 통하고 콘텐츠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을 어필할 수 있기 때문에 음악 예능프로그램이야 말로 해외 진출에 가장 유리하다”고 말했다.

조영식 팀장은 “판권 수출로 얻는 수익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현실적 이유, 또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 등이 어우러지면서 당분간 공동기획ㆍ제작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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