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0.9% 인상, 절충적 결정
영세 기업ㆍ자영업자 부담 더 커져
정부와 국회, 법제도적 지원 나서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14일 새벽 최종 결정했다. 최임위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을 요구하며 사용자위원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근로자위원의 8,680원(15.3% 인상) 안과 전문가로 구성된 공익위원의 8,350원 안을 표결에 부쳐 공익위원 안으로 의결했다. 주당 40시간으로 환산한 월급은 174만 5,150원이다.
올해 16.4%의 높은 인상률로 여러 사회갈등이 불거진 터여서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문재인 정부의 ‘2020년 1만원’ 공약 실현을 위해선 내년 최저임금을 근로자위원 안만큼 올려야 했지만 최임위는 상당한 수준의 하향 조정을 선택했다. 내년부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 자릿수 인상으로 봐도 무방하다.
최저임금 인상에 역점을 두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은 중장기적으로 효과를 볼지 모르지만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단기적으로 고용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최저임금의 영향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나 통계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일자리나 자영업자 소득 감소를 체감하거나 추정하기는 어렵지 않다. 정부 내에서조차 ‘1만원‘ 목표는 경제 여건을 감안해 신축적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 최임위의 결정은 최저임금 인상의 당위성과 급격한 인상이 가져올 충격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절충적 판단으로 받아들인다.
다만 가뜩이나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 증가로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들이 겪을 어려움을 무시할 수는 없다. 최저임금의 5인 미만 사업장 차등 적용을 주장하며 최저임금 논의를 보이콧한 소상공인연합회가 “노사 자율 임금협약을 하겠다”며 ‘최저임금 불복종’ 선언을 한 것도 이런 절박함이 배경에 있다.
마치 ‘을(乙)끼리의 갈등’으로 비치는 이런 상황이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우선 재정지출을 통한 소상공인 지원을 크게 늘려야 한다. 정부는 내년에도 3조원 규모의 일자리안정자금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매번 거론되는 카드 수수료 인하, 근로소득장려세제 확대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종합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소상공인의 어깨를 누르는 것은 임대료 상승, 본사 갑질 등 최저임금 이외 부분도 적지 않다. 국회에는 현재 5년까지인 상가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10년까지로 연장하거나 가맹본부 진행 판촉행사에 점주 사전동의를 의무화하는 법안 등이 수십 건 제출됐으나 야당이 “사유재산권 침해” 운운하며 반대하는 바람에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타박하기 전에 국회가,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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