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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주변엔 항상 우리가 있다’ 서울 도심 채운 퀴어문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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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주변엔 항상 우리가 있다’ 서울 도심 채운 퀴어문화축제

입력
2018.07.14 16:39
수정
2018.07.1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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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서 19번째 서울퀴어문화축제 개막

인권위와 13개국 주한대사관도 참여

기독교 단체 ‘동성애 박멸’ 맞불집회도

14일 서울광장에서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뉴스 1
14일 서울광장에서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뉴스 1

국내 최대 성소수자 문화행사인 제19회 퀴어문화축제가 14일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18년전 50여명의 성소수자가 대학로에서 거리 행진을 벌인 것으로 시작된 축제는 어느덧 매년 수만 명이 모이는 대형 행사로 자리잡았다. 광장의 반대편에는 기독교 단체들이 동성애 반대 집회를 벌이는 등 싸늘한 시선은 여전했지만 축제는 큰 충돌없이 이어졌다.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조직위)는 이날 오후 ‘퀴어라운드(Queeround)’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축제의 막을 올렸다. ‘당신의 주변(Around)에 항상 성소수자(Queer)가 있다’는 의미다. 조직위는 “올해 지방선거 과정에서 유력후보들의 혐오 발언이 이어졌고 정부도 평등한 권리보장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만 반복했다”며 “이럴 때일수록 성소수자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시민사회의 주체임을 더 강하게 말해야 한다”며 슬로건의 배경을 설명했다. 강명진 조직위원장은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일깨우는 축제가 계속돼 올해에는 서울, 대구 등 전국 7곳에서 축제가 열리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3도에 달하는 등 폭염이 이어졌지만 참가자들은 더위를 잊은 채 자신의 개성을 뽐내며 무지개 대열에 동참했다. 축제 속 연대의 움직임도 커졌다. 이날 광장에는 13개국 주한대사관과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비롯해 무지개예수, 열린문공동체교회 등 종교계 단체들도 참여했다. 지난해 축제에 처음 참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올해도 자리를 지켰다. 남성 성소수자 풍물패 ‘바람 소리로 담근 술’, 드랙퀸 퍼포먼스 팀 ‘스타힐’ 등의 축제 환영무대가 분위기를 달궜다. 참가자 유모(23)씨는 “지난해에는 비가 많이 와서 맘껏 즐기기 어려웠는데 오늘은 날씨도 성소수자 편인 것 같다”며 웃었다. 주최측은 이날 행사에 8만여명이 참여했다고 추산했다.

오후 4시 30분부터는 축제 참가자들이 을지로와 종로 등 서울도심을 누비는 ‘퀴어퍼레이드’ 행진도 진행됐다. 이번 퍼레이드에는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바이크 사용자의 모임인 ‘레인보우라이더스’의 회원들 10여명이 자신의 오토바이를 타고 행진에 참여했다. 레인보우라이더스에 참가한 배우 김꽃비씨는 “도로에서 이륜차는 사회 속 성소수자들처럼 약자의 대우를 받는다”며 “남성중심적인 일방적 교통문화를 바꾸고 성소수자든 페미니스트든 모두가 안전하게 도로를 달리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행진하겠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축제가 이어지던 서울광장 인근에서는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 준비위원회등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보수ㆍ기독교단체들의 집회 및 기도회도 이어졌다. 일부는 ‘동성애 박멸’과 같은 자극적인 구호를 내걸기도 했다. 주최측은 이번 맞불집회에 7,0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퍼레이드를 앞두고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동성애축제 개최를 반대한다’며 행사를 막아달라는 청원이 올랐고, 21만명이 서명해 답변 대상이 됐다. 청와대는 13일 해당 청원에 대해 “서울광장 사용 여부는 청와대가 허가하거나 금지, 관여할 수 없고 행사 당일 현장에 경찰 인력을 배치해 각종 상황에 대비하겠다”고 답했다. 경찰은 이날 강화플라스틱 안전펜스를 서울광장 주변으로 설치하고 퀴어문화축제 참가자와 맞불집회 참가자 사이에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4개 중대 300여명의 경비병력을 투입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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