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 가능성 대비 시사…"오래 걸리는 과정에 익숙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북한의 비핵화가 사람들이 바라는 것보다 긴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 회담이 난항을 거듭하는 등 6ㆍ12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후속협상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핵화 협상 장기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체커스 총리별장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등 전임 정권으로부터 “북한 문제를 넘겨받았다”며 “우리는 매우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親書)를 공개한 것과 관련, “여러분은 어제 편지를 봤을 것”이라며 “우리는 매우 잘하고 있다”고 되풀이했다. 이어 그는 “핵 실험과 미사일·로켓 발사도 없었고 일부 현장은 폭파됐다. 내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떠나기도 전에 인질들이 돌아왔다”며 “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좋은 느낌이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해 “그것은 과정이다. 아마도 사람들이 바라는 것보다 더 긴 과정이 될 수 있다”면서 “나는 오래 걸리는 과정에도 익숙해 있다”고도 했다. 협상시한을 정해 북한을 압박하거나 일괄타결론을 고집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해결가능한 문제부터 풀어가겠다는 실용적 태도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이 총리와 핵확산을 막는 것을 포함, 다양한 공통의 우선 사항을 논의했다”며 “나는 핵 없는 북한을 추구하는 데 있어 메이 총리가 보여준 파트너십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그는 엄청난 도움을 줘왔다”고 사의를 표시했다.
한편 비핵화 협상 책임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지난 11일 북한 핵 문제 해결과 관련, “이러한 일이 몇 시간 동안에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는 건 터무니 없는 일일 것이고 협상에서 시간은 많이 남아 있다”며 비핵화 협상 속도전을 주문하는 비판여론에 응답한 바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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