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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 상대국 정상 친서 올린 트럼프의 ‘脫외교’ 의도는

입력
2018.07.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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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내 북핵 회의론 잠재우기 

 김정은에 비핵화 압박 의도도 

 북미 정상 신뢰감 드러나 

 북한 별다른 반발은 없을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문에 서명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퇴장하고 있다. 싱가포르=로이터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문에 서명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퇴장하고 있다. 싱가포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상대국 정상에 대한 신뢰와 존경의 의미를 담는 친서도 일종의 외교 문서인 만큼 대외에 공개하지 않는 게 외교 관례다. 정부의 한 외교관은 13일 “아무리 돌출 언행을 일삼아 온 트럼프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상대국 지도자의 친서를, 그것도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다는 데 솔직히 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비유하자면 둘 사이가 연인일 리 없다고 의심하는 가족에게 상대가 보낸 연애 편지를 공개한 꼴이다. 거기에는 어쩌면 둘만의 비밀스런 약속도 담겨 있었을지 모른다. 상대를 당황케 하는 행동임에 분명하다. 무슨 노림수였을까.

 美엔 “봐, 우리 사이 좋잖아”… 北엔 “왜 약속 안 지키나” 

친서 공개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리수’는 일단 북핵 협상 국면에서 북한에 속고 있다는 미국 내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나는 두 나라의 관계 개선과 공동성명의 충실한 리행(이행)을 위해 기울이고 있는 각하의 열정적이며 남다른 노력에 깊은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을 ‘각하’로 부르며 깍듯이 예우했다. 또 “조미(북미)사이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려는 나와 대통령 각하의 확고한 의지와 진지한 노력, 독특한 방식은 반드시 훌륭한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도 했다. 이런 내용을 보여줘 김 위원장이 자신을 예우하고 있으며, 두 정상 간 신뢰가 잘 형성돼 있다는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이 증명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북핵 문제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미국 내 여론을 누그러뜨리려 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공개는 친서를 쓴 당사자인 김 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북미 정상회담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6~7일) 이후에도 북한은 별다른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북미관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 김 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해 김 위원장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당신(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북미관계 개선을 강조하지 않았느냐, 북미관계를 개선하려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라’는 내용의 대북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北, 트럼프 행동 불쾌해도 선의로 여길 것”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공개에 북한도 적잖이 놀랐을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다. 문제 삼으려면 얼마든지 문제를 삼을 수도 있는 행동이다. 명백한 외교적 결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을 각하라고 호칭하는 등 김 위원장 스스로 몸을 낮추고 있는 모습도 드러났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물론 군부와 관료들의 정서를 거스를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불쾌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북한이 구체적 비핵화 조치에는 미온적이지만 북미 대화 추동 엔진을 꺼트리는 행동은 당분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공개한 주된 목적도 북미 정상 간 신뢰를 과시하려는 것인 만큼 북한이 이를 크게 문제 삼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북미관계와 관련해 나쁜 의도를 갖고 친서를 공개했다고 않을 것”이라며 “북미관계 개선 필요성이 강조된 친서가 공개된 것은 오히려 북한 입장에서도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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