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북방에서 진입해
제주도 인근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독도 인근에서 이탈
장거리 비행 숙달 훈련인 듯

러시아 군용기 2대가 13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4차례 진입해 우리 공군 전투기 10여대가 긴급 출격했다. 타국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는 러시아의 군용기가 KADIZ를 침범한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이날처럼 수 차례에 걸쳐 진입하기는 이례적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은 오후 1시41분 경 동해상 KADIZ로 접근하는 러시아 군용기 2대를 포착하고 전투기를 출격시켜 전술조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군용기는 장거리 폭격기(TU-95)로 알려졌으며, 공군은 F-16K 등 전투기 10여대를 대응 출격시켰다.
군에 따르면, 러시아 폭격기는 이날 오후 2시8분 울릉도 북방 동해상 KADIZ로 진입한 뒤 2시35분 포항 동남방 74km 해상에서 남서쪽으로 이탈했다. 이어 3시21분 이어도 동쪽에서 KADIZ에 재진입 한 뒤 3시 45분 제주도 서북방으로 이탈했다. 4시8분 제주도 서북방에서 재진입 한 러시아 군용기는 4시32분 제주도남방으로 빠져 나갔고 5시36분 독도 동쪽에서 진입한 뒤 5시53분 독도 동북쪽으로 최종 이탈했다. 한반도 동쪽과 남쪽에 설정된 KADIZ를 왕복하듯 훑어낸 셈이다.
올해 들어 러시아 군용기의 KADIZ 진입은 수 차례 있었지만, 이날과 같은 비행 경로를 보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일단 장거리 비행 숙달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보이지만 군 당국은 다른 군사적 목적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분석 중이다.
방공식별구역은 타국 항공기의 영공 무단 칩임을 막기 위해 설정한 일종의 예방구역으로 국제법상의 영공과는 다르다. 러시아는 자국 방공식별구역을 따로 설정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타국의 방공식별구역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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