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반대했던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배상금 8,700억원에 달하는 투자자-국가 소송(ISD)를 냈다.
13일 정부에 따르면 엘리엇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부당한 조치로 7억7,000만 달러(약 8,716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중재신청서를 접수했다.
중재신청서 접수는 중재기간(90일)을 지나 본격적인 소송 단계에 접어드는 절차로 해석된다. 엘리엇은 중재기간이 지나자마자 즉시 소송을 제기했다. 엘리엇이 중재신청서를 접수하며 주장한 피해액은 3개월 전 중재의향서에서 밝힌 액수보다 1억 달러(약 1,132억원) 더 늘었다.
ISD는 해외 투자자가 투자한 국가의 법령ㆍ정책으로 피해를 봤을 때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양자간 투자협정(BIT)이나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ISD 조항이 들어가 있다. 한국 정부가 ISD 제소를 당한 것은 외환은행을 인수했던 론스타(2012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국부펀드 자회사 하노칼(2015년), 이란의 다야니(2015년)에 이어 네 번째다.
ISD 소송 단계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한국 정부와 엘리엇은 먼저 중재인 3명을 30일 이내에 정해야 한다. 양측이 1명씩 원하는 중재인을 정할 수 있고, 2명의 중재인이 협의해 의장 중재인을 정한다. 엘리엇이 제안한 중재지는 영국이다.
정부는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가 합동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법률대리인을 선임하는 등 엘리엇의 소송 공세에 대응할 계획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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