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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메이의 소프트 브렉시트 비판한 적 없다" 변덕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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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메이의 소프트 브렉시트 비판한 적 없다" 변덕 외교

입력
2018.07.13 18:08
수정
2018.07.14 00:08
2면
0 0

 

 英언론 인터뷰서 "소프트 브렉시트 땐 

 美와 무역 끝장나게 할 것" 직격탄 

 메이 총리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선 

 "그건 가짜뉴스... 英과 무역 원해" 

12일 영국을 공식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왼쪽 두 번째) 대통령 부부와 테리사 메이(오른쪽 두 번째) 영국 총리 부부가 옥스포드셔 블레넘 궁에서 열린 만찬 행사에 도착하고 있다. 블레넘 궁=AP 연합뉴스
12일 영국을 공식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왼쪽 두 번째) 대통령 부부와 테리사 메이(오른쪽 두 번째) 영국 총리 부부가 옥스포드셔 블레넘 궁에서 열린 만찬 행사에 도착하고 있다. 블레넘 궁=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영국 방문에서 종잡을 수 없는 롤러코스터 외교를 선보이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가, 자신의 발언을 부인하며 사과까지 하는 등 뒤늦게 수습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즉흥적인 성격에 더해 상대를 뒤흔들어 양보를 받아내려는 고도의 협상 기술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내년 3월로 예정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문제와 관련, 메이 총리가 택한 노선인 ‘소프트 브렉시트’ 방식(EU와 일정 관계 유지)을 두고 “미국과의 주요 무역 관계를 끝장나게 할 것”이라고 공개 압박을 가했다. 초청국 수반과 정책에 대한 이러한 공격은 전례 없는 외교적 결례이자 내정간섭이라는 점에서, 영국과 미국의 정가가 들썩였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공개된 영국 대중지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이 그런 거래(소프트 브렉시트)를 하면 우리는 영국 대신 EU와 거래를 할 텐데, 이는 미ㆍ영 간의 거래를 죽이는(kill) 것”이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지금 진행 중인 상황은 너무 나쁘다. 국민의 투표(브렉시트 찬성)와는 매우 다른 내용”이라고도 덧붙였다. EU와 확실히 갈라서지 않을 경우, 영국은 향후 미국과 개별적으로 체결해야 하는 무역협상에서 엄청난 불이익을 입을 것이라는 압박과 경고를 보낸 셈이다.

그러면서 그는 “메이 총리에게 (브렉시트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말했으나, 그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며 “대신 정반대 길로 갔고, 그 결과는 매우 불행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조언을 무시했다고 보고,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특히 메이 총리와 대립각을 세우다 최근 전격 사임한 ‘하드 브렉시트’(EU와 완전 결별) 진영의 대표인사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외무장관을 “영국의 위대한 대표자이며, 훌륭한 총리감”이라고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가디언은 “메이 총리에게 상처(브렉시트 문제 공격)뿐만 아니라, ‘모욕’을 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13일 영국 총리 별장 체커스에서 열린 메이 총리와의 오찬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180도 다른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는 ‘더 선’과의 인터뷰에 대해 “유감스럽게도 보도된 내용 중엔 내가 얘기하지 않은 것도 있다. 그건 가짜 뉴스”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브렉시트 과정이 마무리되고 영국이 EU를 떠났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난 알지 못한다”며 “그러나 영국이 하는 거라면 뭐든지 괜찮다. 그게 내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테리사에게 요구하는 건 ‘무역을 할 수 있게 보장해 달라’는 것 단 하나”라면서 “우리(미국)는 영국과의 무역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 진화에 나서자 메이 총리 역시 소프트 브렉시트 계획에 따라, 영국은 전 세계 어느 국가와도 무역 협상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영국의 EU 탈퇴 뒤 양국 간의 대규모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회의에서도 두 얼굴을 보였다고 전했다. 카메라가 켜졌을 때는 동맹들을 거세게 몰아붙이다가도,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면 오히려 말을 아꼈다는 것이다. 유럽 외교가에선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언사에 대해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의식한 ‘쇼’로 보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미 브루킹스연구소의 외교정책 전문가 토머스 라이트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동맹국의 행동이 아니다. ‘브렉시트 영국’의 취약성과 무역협정의 필요성을 이용하려는 약탈자의 정책”이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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