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6선 與 최고령 현역 의원
“협치가 최우선” 취임 일성
#2
DJ 정부서 초대 정무수석
노무현 정부 땐 비서실장 활약
文정부 출범 직후 日 특사로
#3
국회사무총장에 유인태 내정
여의도에 정치 복원 기대감

문재인 정부의 임기 중반을 함께할 입법부의 새 얼굴로 6선의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출됐다. 문 신임 국회의장은 현재의 여야 정치권을 통틀어 ‘낮에는 국회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막후에서 여야간 갈등조정과 협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원로 정치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가신 그룹 중 ‘머리’로 보좌하는 부류였고, 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거치며 당시 민정수석 문재인과 참여정부 밑그림을 그린 흔치 않은 경륜이 그가 여야 소통을 복원해낼 것으로 기대되는 근거다. 특히 그는 거침없는 언행으로 유명한 유인태 전 의원을 국회사무총장(장관급)으로 내정해 여야 소통을 끌어낼 ‘원로형 국회 지휘부’가 탄생했다.
문 신임 의장은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치러진 국회의장 선거에 단독후보로 나서 총 투표수 275표 가운데 259표를 얻어 20대 후반기 국회의장에 당선됐다. 국회 내 대표적 의회주의자인 문 의장은 이날 “지난 전반기가 청와대의 계절이었다면 이제는 국회의 계절이 돼야 한다”면서 “첫째도 협치, 둘째도 협치, 셋째도 협치”라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문 의장은 민주당 내 현역 국회의원 중 최고령(73세)으로 6선 국회 연륜과 경험을 두루 갖춘 중진이다. 외모 때문에 ‘여의도 포청천(중국 송나라의 강직한 판관)’으로 불리는 문 의장에게는 ‘겉은 장비지만 속은 조조’라는 말이 따라 다닌다. 투박한 외모와 달리 지략은 조조처럼 많다는 평가다.
문 의장의 이런 면모는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으며 부각됐다. 1980년 서울의 봄 시절에 김 전 대통령과 만난 뒤 동교동계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김 전 대통령의 외곽 청년 조직인 민주연합청년동지회 회장을 3차례 역임했다. 정세 판단이 정확하고 빨라 동교동계의 ‘기획맨’으로 통했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현 지역구인 경기 의정부시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와 처음 국회의원이 됐다. 15대 총선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뒤 16대부터 20대까지 내리 당선됐다.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에서는 초대 정무수석과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대선기획단장을 맡으며 핵심 참모로 변신, 뛰어난 정무능력을 인정받아 정부 출범 이후 첫 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이때 호흡을 맞췄다.
비서실장을 마친 뒤에는 열린우리당으로 복귀, 2005년 4월 당의장으로 선출돼 여당을 이끌었다. 같은 해 10ㆍ26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취임 6개월여 만에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2008에는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부의장을 역임했다. 문 의장은 2004년부터 4년 동안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지낸 ‘일본통’으로도 알려져 있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일본특사로 파견돼 경색된 한일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일조했다.

문 의장이 민생ㆍ개혁 입법과제가 산적한 20대 후반기 국회의 중심에 서면서 협치 국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여야 여러 인사와 두루 친밀하고 조정과 협상에 능한 정치인으로 정평이 나 있는 문 의장이 여소야대 지형에서 ‘가교’ 역할에 나서게 되면 꽉 막힌 협치의 활로를 뚫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문 의장이 국회사무총장으로 내정한 유인태 전 의원은 6·13지방선거 직후 라디오에 나와 “저쪽(야당)에서 워낙 X판을 치니까 이쪽(여당)에서 잘못하는 게 별로 눈에 띄지 않았지”라고 말할 만큼 거침없는 언행이 특징이다. 문 의장과 유 전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으로 호흡을 맞춘 정치콤비다. 입법부의 주요 포스트가 소통과 스킨십에 능한 캐릭터로 짜여지면서 여의도에서 이른바 ‘정치’가 복원될 것이란 기대가 쏠리는 이유다.
문 의장 역시 이날 취임사를 통해 대화와 타협을 통한 국정운영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의지를 내보였다. 그는 “집권 1년 차에 발표한 청와대의 수많은 개혁 로드맵은 반드시 국회 입법을 통해야만 민생 속으로 들어갈 수 있고 이제 국회가 나서야 할 때”라면서 “촛불혁명을 제도적으로 완성하고 의회주의가 만발하는 세상을 만드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문 의장은 이날 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도 ‘협치와 통합의 국회’, ‘일 잘하는 실력 국회’,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 등 세가지를 후반기 국회의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이날 문 의원은 국회법에 따라 소속 정당인 민주당을 탈당했다. 임기는 20대 국회가 끝나는 2020년 5월까지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