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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의원입법의 규제심사, 차기 대선공약으로

입력
2018.07.13 10:30
수정
2018.07.13 17:5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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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모든 정부가 온갖 그럴듯한 용어를 동원하며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박근혜 정부는 ‘손톱 밑 가시’의 철폐를, 이명박 정부는 ‘규제 전봇대’의 뿌리를 뽑겠다고 하였다. 문재인 정부는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개혁”을 외치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문 대통령이 규제개혁의 속도가 “답답하다”며 규제혁신회의를 취소하였다.

역대 정부들의 규제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규제가 많아서 기업활동이 억제되고 원격의료ㆍ핀테크ㆍ공유경제 등 신산업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규제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화재나 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 무더기로 발의되고 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시장을 불신하고 정부개입을 선호하는 정치인ㆍ관료ㆍ시민단체들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억제하고 경쟁을 저해하는 규제법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법들은 대부분 파급효과나 부작용을 고려함이 없이 긍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면서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

둘째로 규제심사를 받지 않는 의원입법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의원발의 법안의 제출건수는 17대 국회(2010~2011년)의 6,387건에서 19대 국회(2014~2015)에는 1만6,729건으로 2.7배가 되었고, 의원발의 법안 중 가결된 법안은 17대 국회에는 1,350건에서 19대 국회에는 2,414건으로 약 80% 증가하였다. 반면에 정부제출 법안은 17대 국회 1,102건에서 19대 국회에는 1,093건으로 감소하였고, 정부제출 법안 중 가결된 법안은 17대의 563건에서 19대에는 379건으로 오히려 33% 감소하였다.

의원입법이 늘어나는 이유는 이익단체들이 이권이나 기득권을 창출ㆍ유지ㆍ확대하기 위해 로비를 통해 의원입법을 하기 때문이다. 또 행정부처가 정부입법의 복잡하고 힘든 절차를 생략하고 쉽게 법을 제정ㆍ개정하기 위해 소관 상임위의 의원을 설득하여 의원입법 형식으로 법안을 제출하는 경우도 매우 많다.

정부입법은 입법예고, 공청회, 관계부처협의,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 국무회의 등의 절차를 거치고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규제가 나름 걸러지고 합리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의원입법의 경우 공청회는 필수절차가 아니고 규제영향 평가도 없기 때문에 불필요하거나 불합리적인 규제가 매우 많다.

불합리한 규제를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서는 정부입법과 의원입법 과정에서 규제심사를 제대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입법의 경우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규제영향평가와 전문가 의견수렴을 통한 규제심사가 제도화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현 정부는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을 정부출범 후 약 10개월이 경과한 지난 3월에야 임명하였고 그것도 규제개혁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전직 대법관을 임명한 점을 볼 때, 현 정부가 규제개혁에 대한 관심이나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또한 현 정부는 ‘큰 정부’를 표방하고 있고 ‘큰 정부’는 불가피하게 많은 규제를 수반하기 때문에 현 정부가 규제개혁의 성과를 내기에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어 보인다. 불필요하게 통신사들의 영업활동에 개입하고 간섭하는 보편적 통신요금제와 같은 규제를 현 정부가 만들고 있는 것이 좋은 예이다.

불필요하거나 불합리한 규제를 없애기 위해서는 의원입법에 대해서도 규제영향평가나 규제심사를 의무화하여야 한다. 의원입법에 규제영향평가를 도입하려는 법안은 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국회에 이런 법안이 제출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과거의 예를 보았을 때 현재의 국회가 규제심사를 의무화할지는 의문이다.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심사를 의무화하기 위해서는 차기 대선주자들이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심사의무화를 대선공약으로 채택하도록 유도하여야 하며 유권자들도 이런 공약을 하는 후보를 선택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심사가 다음 정권에서라도 도입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김병배 공정거래실천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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