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1% 자발적 출연 ‘나눔 기금’
9월까지 묘목 1만5,000그루 심어
천년누리전주제과ㆍ모어댄 등
사회적 기업 발굴ㆍ지원 큰 성과
종합 에너지 전문기업 SK이노베이션 서울 본사 직원 19명은 지난 5월 23일 베트남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에서 관광지로 인기가 높아진 베트남으로 단체관광을 떠난 게 아니라 베트남 경제중심지 호찌민에서 남서쪽으로 약 100㎞ 떨어진 짜빈성에 맹그로브 숲을 가꾸는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동남아시아 최대의 강 메콩강 지류인 티엔 강과 하우 강이 감싸 흐르며 동쪽으로는 남중국해에 접해 있는 삼각주 지대인 이 지역은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침식, 가뭄, 염분 침입 등 위험에 노출된 베트남의 대표적 지구 온난화 피해 지역이다. 과거 전쟁으로 인한 소실과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베트남 맹그로브 숲은 전체 44만㏊ 중 30%인 15만㏊ 정도만 남아 있다. 짜빈성의 경우 인구의 35%가 농업 임업 양식업에 종사하지만, 2016년 염분 침입과 가뭄으로 인해 약 1조 베트남동(약 4,400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을 정도로 경제적 피해가 크다. 이 때문에 베트남은 보호 활동, 규제, 복원사업 등을 국가적인 환경정책으로 진행 중이다.
동남아 지역 주력 해외기지로 베트남을 선정해 광구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석유개발 사업을 진행 중인 SK이노베이션은 유엔환경계획(UNEP), 짜빈성 지방정부 등과 협력해 이 지역 일대에 약 5㏊(5만㎡) 규모의 맹그로브 숲을 복원하기로 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 임직원들은 현지 주민과 공무원 100여명과 함께 염분이 높은 하구 퇴적지와 해안 습지에 잘 적응하는 ‘맹그로브 사과나무’ 1,000그루를 심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특히 맹그로브 나무는 썰물로 바닷물이 밀려 나간 갯벌 위에 심어야 하기 때문에 때를 잘 맞춰야만 한다. 참가자들은 2m 간격으로 약 40㎝ 깊이의 구멍을 파낸 후 나무의 뿌리가 잘 묻히도록 지지대와 끈을 이용해 고정했다. 봉사활동에 함께 한 UNEP한국위원회 관계자는 “맹그로브 나무는 폭풍이나 쓰나미, 침식 작용으로부터 해안을 보호하고, 맹그로브 숲이 형성된 습지는 일반 밀림보다 이산화탄소를 5배나 더 잘 흡수한다”며 “맹그로브 나무를 심고 숲을 보호하는 것은 해안 지역 주민들을 기후변화로부터 보호하고, 다양한 생물이 서식해 주민들의 삶과 생계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맹그로브 숲 복원사업은 SK이노베이션 임직원들이 월급의 1%를 자발적으로 출연하고, 회사가 임직원의 기부금과 동일한 금액을 내는 자발적 조성기금인 ‘1% 행복나눔기금’을 재원으로 해 더욱 뜻깊었다.
SK이노베이션은 “지구 온난화 대응 글로벌 사회공헌 프로그램 첫 사업으로 베트남 맹그로브 숲 복원에 나서기로 했다”며 “9월 말까지 맹그로브 묘목 1만5,000그루를 심어 숲 조성을 완료하고, 추후 협의를 통해 사업 면적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처럼 국내외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지속 가능한 행복을 만들어 사랑받는 기업’을 목표로 사회공헌활동을 꾸준히 펼쳐왔다. 그중 공익성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국내 ‘사회적 기업 발굴 및 지원사업’을 통해 노인, 다문화, 장애인 등 260개의 일자리와 약 46억 원에 달하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은 큰 성과로 꼽힌다.
SK이노베이션이 지원하는 대표 사회적 기업은 전북 전주의 ‘천년누리전주제과’와 경기 안산의 ‘모어댄’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3년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설립된 천년누리전주제과에 설립 초기에 창업자금 1.5억원을 지원해 기틀이 다져지도록 도왔다. 이후에는 회계, 재무, 생산관리, 마케팅, 홍보 등 사업 영역 전반에 걸친 프로보노(각 분야 전문가들이 사회적 약자를 돕는 활동) 지원을 했다. SK이노베이션의 관계사인 워커힐 R&D센터는 메뉴개발, 위생관리, 품질 및 원가 개선 과정을 도우며 안정적으로 성장하도록 힘을 보탰다.
천년누리전주제과가 2016년 지역 명물인 비빔밥을 응용한 ‘전주비빔빵’을 개발했을 때는 홍보에 힘을 보탰다. SK이노베이션의 홍보 인프라를 공유해 전주비빔빵이 SNS와 온라인에 자주 노출되도록 도와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덕분에 천년누리전주제과는 월 매출이 1억원에 달해 사회적 기업가들 사이에서 성공사례로 회자할 정도로 ‘알짜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설립 당시 4명이었던 직원도 현재 노인, 장애인 등 전주시 내 취약계층을 추가 고용해 30명으로 늘었다. 장차 취약계층 10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야심 찬 목표도 세웠다.
모어댄은 자동차 부산물(가죽시트, 안전벨트, 에어백 등)을 활용해 가방, 지갑 등의 패션 아이템을 생산ㆍ판매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이 기업은 재활용품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그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을 사회적 목적으로 추구한다. 자동차 시트 제작 후 남은 자투리 가죽이나 폐차 시에 버려지는 가죽을 재사용해 제작하는 식이다. 이렇게 만든 가방 하나를 구매할 경우 1,600ℓ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또 매립폐기물량과 폐기물을 태우거나 매립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절감된다. 이렇게 생산한 제품은 ‘지속 가능한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뜻이 담긴 브랜드인 ‘컨티뉴(CONTINEW)’를 달고 판매한다. 컨티뉴 제품들은 4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장인들이 100% 수작업으로 제작해 품질도 우수하다. SK이노베이션은 2015년 이 회사가 창립되던 해에 창업자금 1억원을 지원하고, 회계,재무 생산관리 마케팅 홍보 등의 프로보노 지원도 그에 뒤따랐다. 관계사 행복나래를 통해 사업 초창기의 판로 확보 과정을 돕기도 했다.
컨티뉴는 SK이노베이션의 지원을 받은 지 1년째 되는 2016년 연 매출 1억원을 달성했다. SK이노베이션이 초기 창업자금으로 지원한 금액을 고스란히 벌어들인 셈이다. 그 사이 경력단절 여성 등 취약계층 11명을 고용하며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그룹이 강조하는 ‘행복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국내외 지역 사회와의 상생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