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12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방안을 논의할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인신공격성 비난을 주고받으며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특히 그간 공식 석상에서 의사 표현을 자제하던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은 특정 의원들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비난을 쏟아 부었고, 이를 말리던 의원들 간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한국당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자리였다.
의총은 시작 전부터 갈등을 예고했다. 심재철 의원 등 김 권한대행 체제의 비대위 구성에 반발하는 일부 의원들이 지난해 12월 원내대표 경선 당시 김 권한대행이 의원들에게 보낸 ‘재신임을 받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인쇄물로 나눠주며 분위기를 잡은 것이다. 곧장 시작된 의총에서도 심 의원은 이날 의총의 첫 번째 안건이었던 부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절차를 밟기 전부터 의사진행발언을 요구했고, 의원들 다수가 “부의장 후보를 선출한 이후에 하라”고 요구했으나, 막무가내로 발언 기회를 달라고 버티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부의장 선출 이후 잠잠해지는 듯 하던 의총 분위기는 김 권한대행의 마무리 발언 때 폭발했다. 김 권한대행이 자신을 비난했던 의원들 이름을 한 명씩 거론하며 거센 비난을 퍼붓고 이에 반발하는 의원들간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간 것이다. 김 권한대행은 먼저 심재철 의원을 겨냥해 “2013년 3월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성의 누드 사진을 보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노출됐을 때 막아주지 않았느냐”며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냐”고 따졌다.
또 지난 의총에서 김 권한대행이 경고성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한 정용기 의원을 향해서 “내가 협박을 했다고 하는데 여기서 문자를 읽겠다”면서 휴대폰을 꺼내 들고 억울함을 표시했다. 김 권한대행에게 “정신분열증 행태를 보인다”고 비난한 김진태 의원을 향해서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김 권한대행의 발언을 만류하는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과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의총이 끝난 후 김 권한대행은 페이스북에 “호가호위 세력들의 정략적인 의도에 더 이상의 인내는 사치스러운 위선일 뿐”이라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당은 16일 의총을 다시 열어 비대위 구성 방안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의총을 통해 계파갈등만 더 증폭된 상황이라 비대위 구성까지는 험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