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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만 생각한 이순신처럼… 오직 이글스만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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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만 생각한 이순신처럼… 오직 이글스만 생각했죠”

입력
2018.07.13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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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만에 전반기 2위

한용덕 한화 이글스 감독

“코치ㆍ단장보좌ㆍ美 연수 등

다양한 경험 덕 시각 넓어져

가을야구 하겠다는 팬과의 약속

꼭 지키려 선수들과 똘똘 뭉쳐”

한용덕 한화 감독이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감독실에서 공에 '한화는 하나다' 문구를 적어 하나된 팀을 강조하고 있다. 한화 제공
한용덕 한화 감독이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감독실에서 공에 '한화는 하나다' 문구를 적어 하나된 팀을 강조하고 있다. 한화 제공

한화 팬들이 야구장에서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 행복합니다”라고 부르는 응원가와 “최! 강! 한! 화!”를 외치는 응원 구호는 지난 10년간 구슬프게 들렸다. 류현진(LA 다저스)이 프로 2년 차였던 2007년을 마지막으로 ‘가을 잔치’는 남 얘기였고, 그 사이 최하위는 5차례(2009ㆍ2010ㆍ2012ㆍ2013ㆍ2014)나 한화의 몫이었다.

‘최강’이 아닌데도 한화를 끝까지 ‘최강’이라고 외치는 팬들은 보살이 됐다. 또 매 시즌 개막에 앞서 “이번엔 꼭 가을 야구를 하겠습니다”고 출사표를 던졌던 선수들은 거짓말쟁이가 됐다.

올해 새 지휘봉을 잡은 한용덕(53) 한화 감독은 더 이상 이 꼴을 두고 볼 수 없었다. 한화의 레전드 출신 장종훈(50) 수석코치, 송진우(52) 투수코치 등과 의기투합했고 베테랑 위주로 정체된 선수단에 젊은 피를 과감히 수혈했다. 그리고 나서 선수단에 “말로만 가을 야구를 한다는 양치기 소년이 되지 말자”고 강조했다.

달라진 한화가 긍정의 느낌표를 찍었다. 한화는 12일 끝난 프로야구 전반기를 1992년 이후 26년 만에 2위로 마쳤다. 한용덕 감독이 전임 사령탑이었던 ‘우승 청부사’ 김응용(2013~2014) 감독, ‘야신’ 김성근(2015~2017) 감독도 구하지 못한 한화의 암흑기를 끝내기 직전이다. 한화의 대선전에 류현진도 최근 한화 동료들과 영상 통화에서 “너무 잘해서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전력 보강도 없고, 꼴찌 후보로 평가 받던 팀을 단숨에 순위표 윗자리에 올려놓은 한 감독은 이날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모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사명감을 갖고 모였다”며 “그 동안 팬들에게 보답하지 못한 것을 이번에 꼭 성적으로 보여주자는 단결력이 생겨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고 성공적인 전반기를 돌아봤다.

먼 길 돌아 친정에 돌아온 한용덕 감독. 한화 제공
먼 길 돌아 친정에 돌아온 한용덕 감독. 한화 제공

돌고 돌아 고향 팀에 온 한 감독은 우여곡절이 많았던 시간만큼 더욱 단단해졌다. 1987년 한화의 전신 빙그레에 배팅볼 투수 합류해 1988년 육성 선수 계약으로 정식 선수가 됐다. 그 해부터 이글스 유니폼만 17년을 입으면서 통산 120승을 거둬 ‘연습생 신화’가 됐다.

2004년 현역 은퇴 후 한화에서 투수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했던 그는 올해 한화 감독으로 부임하기 전 두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선택 받지 못했다. 2012년 8월 당시 한대화 감독이 중도 퇴진하고 감독대행을 맡아 14승1무13패로 쓰러져가던 팀을 일으켜 세웠지만 시즌 종료 후 한화는 경험 많은 김응용 감독을 선택했다. 김응용 감독이 물러난 2014년 말 한 감독은 다시 감독 후보로 꼽혔지만 이번에도 한화는 베테랑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면서 기회를 잃었다.

이후 한 감독은 한화를 떠나 두산 투수코치로 둥지를 옮겼다. 대전에서 짐을 쌀 때 마음 속에 이글스를 지웠다. 한 감독은 “나는 ‘감독 운이 없구나’라는 생각에 실망감이 컸다”면서 “이글스는 내 청춘을 바쳤으니까 마음 속에만 사랑을 담아두고 어디서든 내 야구만 잘하자는 마음이었다. 코치로는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한용덕 감독이 미소를 짓고 있다. 한화 제공
한용덕 감독이 미소를 짓고 있다. 한화 제공

한 감독은 두산에서 2군 총괄코치, 1군 투수코치, 1군 수석코치를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2015년과 2016년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와 2017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힘을 보탰다. 한 감독의 지도력이 재평가 받는 순간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한화는 그 때서야 신임 사령탑으로 한 감독을 낙점했고, 그는 고향으로 금의환향했다.

한 감독은 ‘초보 감독’이지만 굴곡 있는 삶으로 다져진 경험치가 있어 베테랑의 향기가 난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선수를 다양하게 기용하는 용병술도 탁월하다. 또 잡아야 할 경기는 확실히 잡는 승부사 기질도 있다. 한 감독은 “초보이긴 해도 나이로 볼 때는 어린 감독이 아니다”며 “코치, 단장보좌역, 미국 연수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은 덕분에 시각도 넓어지고, 감독으로 겪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4년 단장보좌역 시절 위인들의 영웅담을 읽었던 것도 소중한 자산이다. 한 감독은 “사실 단장보좌역 시절 사무실에서 할 일이 많지 않아 2인자에서 1인자로 올라가는 스토리 있는 영웅담을 많이 봤다”며 “이순신 장군이 여러 모함에 감옥 생활을 해도 오직 나라만을 생각하는 것처럼 난 이글스만 생각했다”고 웃었다.

마지막으로 한 감독은 팬들을 향해 “이제 반환점을 돌고 앞으로 많은 경기가 남았다”면서도 “팬들이 염원하는 가을 야구를 하고 싶다. 지금 와서 앓는 소리는 할 수 없다. 앞으로도 계속 믿어주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대전=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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