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원 올라 1달러=1125.9원
안전자산 취급 받던 엔화
중국 위안화도 초약세
국제 원자재 시장도 직격탄
대두 등 곡물ㆍ금속 가격은 폭락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불안해진 투자자금이 미국 달러화를 비롯한 안전자산으로 쏠리면서 달러 이외 통화 가치가 일제히 급락하고 원유 등 원자재 가격도 줄줄이 내려앉았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5.9원 오른 1,125.9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27일(1,130.5원)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장중 한때 1,130.2원까지 올랐던 환율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왔다는 소식에 급등세가 진정됐다. 안전자산 대접을 받아온 일본 엔화 역시 6개월 만에 달러당 112엔대로 하락했다.
중국 위안화도 초약세를 보였다. 이날 인민은행이 위안ㆍ달러 환율을 0.74% 절하(위안화 가치 하락)한 달러당 6.6726위안으로 고시했다. 지난해 1월 이후 1년 반 만에 가장 큰 절하 폭이다. 다분히 분쟁 상대국인 미국을 겨냥한 이 조치는 결국 위안화 가치 급락으로 이어졌다. 이날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6.7288위안까지 상승(위안화 약세)하며 지난해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자재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이 대미 보복조치로 관세를 부과한 품목인 대두(콩)는 11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7월물 가격이 부셸(27.2㎏)당 8.29달러를 기록, 2008년 12월 이후 9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옥수수 7월물 가격도 부셸(25.4㎏)당 3.31달러로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금속 가격도 급락세를 타면서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3개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4.9% 떨어진 톤당 6,08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다. 니켈은 3%, 아연은 6% 떨어졌다. 세계 최대 금속 소비국인 중국의 수요가 무역전쟁 여파로 줄어들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연중 최고치를 이어가던 국제유가도 급락했다. 1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3달러(5%) 떨어진 70.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5년 9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현물 가격 또한 배럴당 1.25달러 떨어진 74.75달러에 거래됐다.
안정을 되찾던 취약 신흥국 시장도 다시 동요하고 있다. 터키 리라화는 11일 장중 달러당 4.93리라에 거래되며 지난 5월 이후 두 달 만에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상반기 달러 대비 17% 급등한 브라질 헤알화 환율은 2.2% 급등한 3.881헤알로 마감하며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4헤알 선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중 무역갈등의 장기화를 점치는 전망이 우세한 터라 글로벌 금융시장 동요는 쉽게 가라앉기 어려워 보인다. 에스와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교수는 “미중의 정치적 역학 관계에 비춰볼 때 양측이 긴장을 완화하고 협상 재개를 유도할 수 있는 회유책을 쓸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내다봤다. 무역전쟁이 취약 신흥국을 넘어 상대적으로 견실한 아시아 신흥국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킴엥 탄 스탠더드앤푸어스(S&P) 아태지역 국가신용등급 담당 상무는 “이번 분쟁은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보다는 한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 중국으로 부품을 수출하는 국가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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