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의학자 이시하라 유미(石原結實)의 책 『체온 1도 올리면 면역력이 5배 높아진다』가 2010년 국내에 번역 소개되기 전, 따듯한 아랫목의 과학화로 이미 체온 1도 올리기에 나선 인물이 있었다. 바로 (주)천궁의료기 김찬휘 회장.
‘암과 고혈압, 당뇨, 알레르기, 비만, 우울증을 이기는 체온건강법’이라고 부제가 붙은 그 책은 김 회장이 연구한 온열의료기 ‘천궁’ 개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는 “1년 내내 따듯한 아랫목이 있는 강원도 산골에서 태어난 것이 의료기 사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황토온열이 얼마나 개운하고 시원했던지!” 그 쾌적한 열기에 매료된 그는 결국 온열의료기로 고객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일에 평생을 몰두하게 됐다.
◇혁신1 : 세상에서 가장 편한 의료기
온열의료기! 강원도 영월에서 수도권으로 올라와 의료기용 전기부품 제조업에 착수한 20대 후반의 청년 김찬휘는 언젠가 ‘세상에서 가장 편한 온열의료기’를 만들겠다는 사업 목표를 세운다.
“아무 것도 안하고, 그저 누워 있기만 해도 치료가 되는 의료기는 없는가? 그러다 졸리면 잠을 자도 되는...”
온열의료기 ‘천궁’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도 사용이 간편한 의료기’ 구상과정에서 탄생했다. 1997년부터 의료용 전기제어장치를 생산해온 김찬휘 회장의 목표였던 것.
그는 2006년 들어 그렇게 ‘누워서 잠만 자도 효과가 있는’ 온열매트에 대한 심층연구에 들어갔다. 이시하라 유미 등 외국 의학자들이 온열에 의한 자연치료 요법이 인체 면역력을 증대시킨다는 연구결과도 큰 힘이 됐다.
하지만 김 회장이 처음 따끈한 아랫목과 같은 온열의료기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은 순전히 고향 영월의 어머니 때문이었다. 강원도의 매서운 산바람에 온몸이 저리실 어머니를 위한 ‘맞춤식’ 온열매트였을 뿐 상품화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힘들어져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며 어머니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편한 의료기 천궁’을 고안하게 된 것은 “어머니는 물론 내 가까운 이웃부터 편안하고 건강했으면...” 하는 ‘애틋함’의 발로였다.
◇혁신2 : 따듯한 황토방 아랫목의 열역학
당시 김찬휘 회장이 점검해본 시중의 전기장판들의 열은 구불구불 이어지는 바닥 열선 부분만 누렇게 그을리게 할 뿐 어머니가 아궁이에서 지펴주시는 따듯한 아랫목의 온정이 없었다.
그 전기장판 위로 이불을 덮는다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 그래서 김 회장이 생각한 것은 시골집 아랫목처럼 온 몸을 싸고도는 온열 구조였다. 그 열로 오장육부가 따듯해져야, 복부비만과 근육통이 완화된다는 전통의학과 열역학을 연구한 결과였다.
그는 수도권에 있던 의료기사무실을 정리하고 2006년 원주 상지대학교 창업보육센터로 들어갔다. 온열의료기 연구개발을 목표로 중장기적인 열역학 산학협력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것. 그로부터 밤낮 없는 5년간의 연구생활이 시작됐다.
김 회장은 난방을 대체하는 전기장판식의 단순한 열이 아닌, 인체 피부 속으로 조사될 ‘입체적이고 쾌적한 열’을 만들기로 했다. 기존의 연구 문헌들을 섭렵했다. 또한 전위 자극을 의료기와 매트에 적용시키는 다양한 응용기술들을 연마했다.
그로 인해 원적외선을 발생하는 인콜로이(Incoloy) 방사체(열원)를 설치한 돔 형태의 ‘천궁’이 탄생하게 됐다. 청정 삼림국가 캐나다에서 들여온, 가공물을 첨가하지 않은 편백나무와 적삼나무 천연목재로 틀을 잡은 구조여서 돔 안에서 자연스럽게 풍부한 피톤치드(식물성 항균물질)를 생성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한 ‘천궁’ 안에서 외부와 내부 사이의 순환 공기층을 형성, 매트 ‘지궁(地宮)’과 대류에 의해 연결되는 상하 좌우의 자연스런 공기흐름을 유도, 원적외선 온열이 피부 속으로 침투하게 했다. 자연스럽게 모태 본능을 자극하는 둥근 돔형이기에 가능한 열역학구조 공법인 셈.
건강에 안 좋다는 단열재는 철저히 배제시켰다. 연약한 피부 자극을 예방하고, 궁극적으로 천궁이 추구하는 ‘쾌적한 열’ 방출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재료구조.
주요 부품은 접지로 연결해 누설전류 발생 자체를 차단시킴으로써 혹시 모를 안전사고가 없도록 했다. 이 같은 안전건강 설계를 위해 등록한 발명특허만도 7개. 대부분 열역학 및 인체보호, 의료기 구조강화를 위한 것들이다.
◇혁신3 : 근육통을 다스리는 생체리듬 사이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1년1월11일 천궁을 국내 최초의 원목재질 온열의료기로 허가했다. 그래서 원목공예처럼 아직도 수작업으로 제작해 하루 생산량이 50대를 넘지 못한다. 하지만 그 결과로 김 회장이 목표로 한 고향 아랫목의 구들장 온열, 숲속의 자연온열이 ‘의료용 온열기’로 재현돼 세상에 나오게 된 셈이다.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쾌적한 의료기라는 고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천궁 속으로 들어가 잠을 자면 “개운하다”고 했다. “온 몸의 피로가 풀린다”고 했다.
식약처가 의료기로 허가한 천궁의 치료효과는 근육통 완화. 하지만 온몸을 무기력한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근육통 질환은 광범위하다. 웬만한 질병은 전신의 근육통과 직간접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얘기.
근육통이 없어지면 생체리듬 사이클이 좋아진다고 한다. 그로 인해 김찬휘 회장을 감동시킨 ‘천궁’체험 고객은 많다. 전국에서 여전히 감사 편지가 쇄도할 정도.
그 중 한 명이 지방출장지에서 만난 60대 중반의 여성 식당경영자. 김 회장이 점심 식사를 위해 한 식당을 찾았을 때, 식당 내 방마다 놓여있는 천궁 안에 누워 온열을 쬐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천궁 개발자라는 신분을 숨기고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식당경영의 과로로 식당운영을 포기할 만큼 건강이 악화됐다가 천궁 사용으로 인해 건강을 회복, 다시 식당을 운영하게 됐다는 얘기였다.
방방의 천궁은 식당 고객들을 위해 설치한 것. ‘천궁’이라는 제품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다. 주변 고객들로부터 “몸이 찌푸둥해 천궁에 눕고 싶다”는 전화만 오면 승합차로 모셔올 정도. 마을사람들의 통증치료를 위해 자비로 천궁을 설치할 만큼, “건강을 찾아 준 천궁”에 대한 믿음이 크다.
서울에서 찾아온 50대 가정주부도 있다. 체험실에서 김 회장을 만난 그녀는 그저 울기만 했다. 사연을 물어본즉 병으로 인해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불화가 거듭되었고, 가정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포기하고 요양원에 들어가 혼자 생활을 결심할 만큼 심했다고 했다. 그래서 우울증까지 왔다.
‘인생 막판’에 있었다는 그녀를 구한 것이 천궁. 심신안정을 찾으면서 약을 끊을 정도가 되자 불원천리 길을 인사차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들 사례는 극히 일부분일 뿐... 행여 과대광고로 비쳐질까봐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혁신4 : 고객중심의 고객감동 세계경영
(주)천궁의료기는 2018년 상반기 현재 전국에 100여 곳에 지점을 두고, 베트남 호주 네덜란드 등 세계 12개국에 진출해 있다. 매출성장률이 매년 20%에 이른다.
김 회장은 온열의료기 ‘천궁’에 대한 자신감으로 2011년 첫 제품 출시 때부터 5년 A/S를 보장하고 있다. 고객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 지역 대학들과의 산학협력 강화 체제로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사전에 보완할 수 있었기 때문.
5년 A/S보장은 의료기 업계에서 전무후무한 일로 알려져 있다. 김 회장의 그 같은 고개중심 경영이 ‘국민 온열의료기’라는 입소문을 타고 매출증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후문.
원주의 상지영서대 김종탁 교수는 “천궁과 같은 온열의료기 제조 연구에 학생들이 참여해 실습하고 관련 기술을 터득할 수 있다는 점이 의료분야 특화지역인 원주의 보람”이라고 밝혔다. 고객중심 경영과 품질에 대한 명성이 전국에 알려져 있을 만큼 ‘천궁’은 강원도 원주의 ‘자랑거리’가 되었다는 것.
김 회장의 해외출장도 빈번해졌다. 열대국가인 베트남에서도 천궁이 ‘한류 온열기’ 붐을 일으키면서, 현지 길거리에서 김 회장을 알아보는 고객도 만났다.
“베트남의 천궁 가격은 수출운송비용으로 인해 국내 소비자가에 비해 많이 비쌉니다. 하지만 수요증가는 폭발적이지요. 더운 나라라 이불을 덮지 않고 자기 때문에 복부 온열효과를 더 잘 느끼는 것이 그 이유로 보입니다.”
6월 중순 베트남 출장을 다녀온 김 회장의 말이다. 현재 하노이시를 거점으로 체험마케팅 집중하면서, 호치민시를 비롯해 베트남 전역에 걸쳐 금년 말까지 40개 이상의 지점을 오픈할 예정.
향후 경영목표를 묻는 기자 질문에 김 회장은 “천궁의료기라는 회사는 고객의 것”이라며, ‘초심을 잃지 않는 일관성’을 강조했다.
1인 창업으로 시작하여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면서 “한 번도 회사가 대표 개인의 소유물이라 생각해 본적이 없으며 대표 스스로가 개인 이득에 욕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회사는 반드시 성장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렇듯 김 회장은 지금까지 “오직 일에 미쳐 회사발전만을 위해 살고 있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평이다. 개인적인 안위에는 인색하지만, 주변을 돌보고 배려하며 나눔을 실천하는 자세 또한 그의 몸에 배어 있다는 것.
회사 이익잉여금은 더 좋은 건강 제품을 만드는 일에만 투자한다는 결심 역시 지금까지 변함없는 그의 초심이었다. 그 결과 금년 가을에는 고객주문에 즉시 출동할 수 있도록 공장 증설에 들어갈 계획이다.
유승철 뷰티한국 편집위원 cow242@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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