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위탁개발ㆍ생산업체 ‘엠팩’ 7,000천~8,000천억에 인수키로
2020년 세계 최대 원료의약품 생산기업 등극 전망
세계 1, 2위 의약 시장 미국-유럽에 생산 네트워크도 구축
바이오ㆍ제약 사업을 함께 하는 SK그룹의 지주사 SK㈜가 국내 최초로 미국의 유망 제약ㆍ바이오 원료의약품 생산업체를 인수해 세계 1, 2위 의약품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 ‘글로벌 제약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됐다.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가 의약 분야에서도 진입 장벽을 높여가는 가운데, 미국 내에 신약 개발과 생산 기능까지 아우른 원료의약품 생산기지를 만든 셈이어서 국내 바이오ㆍ제약업계 전체로도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SK㈜는 12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바이오ㆍ제약 위탁개발 및 생산업체(CDMO)인 엠팩(AMPAC Fine Chemicals)사의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업계에선 총 인수가격을 7,000억~8,0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ㆍ제약 업계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해외 의약 업체에 대한 인수ㆍ합병(M&A)을 성사시킨 것은 처음이다. CDMO는 의약품 생산설비를 갖추고, 위탁을 받아 의약품을 개발ㆍ생산하는 업체다.
SK㈜에 따르면, 199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엠팩은 항암제와 중추신경계ㆍ심혈관 치료제 등에 쓰이는 원료의약품 제조업체로 최근 연 15% 이상 고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미국에 3곳의 생산시설과 연구시설 1곳을 보유하고 있으며 500명 이상의 숙련 인력이 근무 중이라고 SK㈜ 측은 밝혔다.
SK㈜는 엠팩 인수로 세계 최대 원료의약품 생산업체 등극을 노리고 있다. 최근 고령화 추세로 세계 제약시장이 연 4%씩의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특히 글로벌 CDMO 회사들은 연 16%의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SK㈜의 자회사 SK바이오텍이 인수한 아일랜드의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사 생산시설과 대전과 세종에 위치한 국내 생산시설에 엠팩 생산까지 더하면 2020년 이후엔 연간 생산량 160만리터 급의 세계 최대 생산 업체가 될 것이란 게 SK㈜의 전망이다.
업계에선 이번 SK㈜의 엠팩 인수가 국내 바이오ㆍ제약 산업 전체로서도 의미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따라 미국에서 소비되는 의약품은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기조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데, SK㈜가 미국 내 생산기지를 만든 셈이라는 것이다. 또 미국 내 의약품 생산 기업을 갖게 되면, 해외 업체로선 더욱 까다로운 미 식품의약처(FDA) 승인 등에서 적지 않은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여기에 국내 바이오ㆍ제약 업체로는 최초로 세계 1, 2위 시장인 미국과 유럽(아일랜드)에 생산 네트워크를 완성한 것도 미래 시장 개척에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복제약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국내 바이오ㆍ제약 업계로선 SK㈜가 미국의 신약 생산업체를 인수한 것을 향후 세계적인 종합 제약기업 탄생의 첫걸음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 관계자는 “엠팩사의 미국 내 생산시설은 FDA 검사관의 교육 장소로 활용될 만큼 수준을 인정받는다”며 “향후 SK바이오텍의 아시아ㆍ유럽 생산시설과 엠팩 간의 연구개발(R&D), 생산, 마케팅ㆍ판매 시너지 효과를 통해 2022년엔 기업가치 10조원의 글로벌 CDMO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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