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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온실가스 감축정책 ‘눈 가리고 아웅’

입력
2018.07.15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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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정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한 로드맵 수정안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가 2016년 12월 발표한 기존 로드맵을 수정ㆍ보완한 것이다. 기존 로드맵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국가 감축목표 중 무려 3분의 1에 해당하는 11.3%를 해외배출권 구입을 통해 국외감축으로 하겠다고 한 부분이었다. 이번 수정안에는 이 11.3%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국외감축 11.3%를 줄이는 것은 국내에서의 감축 노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수정안에서는 11.3%의 숫자를 줄이는 데에만 집중한 나머지 감축 노력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단들을 끼워 넣어 논란이 되고 있다.

그 논란의 중심이 되는 부분이 산림흡수원을 통한 감축이다. 우리나라가 2015년 파리협정 당시 제출한 감축목표 문서에는 산림이 흡수하는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감축목표를 정했는데 이제 와서 산림흡수원을 감축량에 넣겠다는 것이다.

이런 계획이 더 문제인 것은, 우리나라의 산림이 흡수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파리협정 제출 당시보다 점점 줄어들 예정인데, 이 줄어들 흡수량을 ‘감축 노력’으로 인정받겠다는 발상이다. 정부는 산림 흡수량 2,200만톤을 전부 감축으로 인정받겠다는 계획이지만, 국제사회가 이를 그대로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전히 남아 있는 국외감축 2%도 문제다. 온실가스 감축은 국외에서 해도 감축비용이 드는 것인데, 이 비용을 누가 부담하고 어떻게 조달한다는 내용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2%만 국외감축을 하려 해도 2030년까지 수조원의 해외배출권 구입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이러다배출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이 비용을 얼렁뚱땅 국민 혈세로 부담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정작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에 가장 큰 책임이 있고 가장 확실한 감축 여력이 있는 전환 부문(발전 부문)은 확정적인 추가 노력이 거의 없다. 4% 정도의 추가감축 잠재량은 ‘확정’이 아니라 ‘추후 확정’이라고 한다. 기존 로드맵을 애써 수정하는 판국에 ‘추후 확정’이 어떤 의미인지 도통 의도를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모호함으로 비판 받았던 국외감축 11.3%는 여러 항목으로 쪼개지면서 그 모호성과 불확실함이 더 가중됐다. 실질적 추가 감축이 일어나지 않는 산림흡수원까지 감축량에 들어간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기존 로드맵보다 후퇴한 내용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11일에는 2030 온실가스 로드맵 수정안에 기초했다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2차 계획기간 할당계획안이 발표됐다. 1차 계획기간보다 배출허용총량이 무려 8,717만톤 증가하는 내용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목적으로 하는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면서 기존 계획기간보다 이렇게 대대적으로 할당량을 늘리는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다. 1차 계획기간에서도 할당이 느슨하다는 점이 지적돼 왔는데, 2차 계획기간에서는 1억톤 가까이 더 할당을 한다니 기업들 눈치를 보느라 온실가스 감축은 뒷전이 된 셈이다.

현 상태라면 이번 정부에서 온실가스는 계속 늘어난다. 우리가 2009년 국제사회에 약속한 2020년 배출량 목표는 5억4,300만톤인데 이미 실제 배출량이 7억톤에 이르고 있다. 현 정부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에너지 전환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부터 발표되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서는 화석연료 감축과 에너지전환의 구체적 의지를 확인하기 어렵다.

온실가스 감축은 더 이상 국제적 약속을 지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저탄소 경제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고 장기적 국가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정부가 단기적 경제논리에 매몰돼 전환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어머니 지구를 지키고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일에 좀더 적극적 자세로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박덕영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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