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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구 “양승태, 독재정권에 부역했던 판사들의 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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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구 “양승태, 독재정권에 부역했던 판사들의 수장”

입력
2018.07.12 15:04
수정
2018.07.1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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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초임 판사시절부터 정권의 입맛에 맞춰 판결을 해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사법부는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정권과 판결을 거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 책임 편집인인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1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양 전 대법원장의 과거 판결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는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에 참여한 학자들이 조사한 것이다. 위원회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1차 보고회를 갖고 열전에 이름을 올릴 총 405명 중 115명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헌법제정 70주년 반(反)헌법행위자열전 편찬 1차 보고회에서 참석자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헌법제정 70주년 반(反)헌법행위자열전 편찬 1차 보고회에서 참석자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 교수는 특히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사법농단 사태가 벌어지기 이전인 2017년 2월 이미 (반헌법행위자열전 대상으로) 선정했었다. 그 때도 상당히 ‘우수한 성적’으로 커트라인을 통과했는데 최근 (판결 거래) 문제로 격이 한참 높아졌다”고 언급했다.

이날 편찬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1976년 재일동포 김동휘(1심 선고일 4월 30일), 이원이(5월 7일), 장영식(5월 7일), 조득훈(6월 8일) 등 간첩사건 판결에 배석판사로 참여했다. 이들 사건은 모두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1986년 제주지법 재판장 시절 유죄로 판결한 강희철 간첩 사건(12월 4일)은 2008년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으며, 같은 날 유죄 판결했던 오재선 간첩 사건도 재심이 진행 중이지만 무죄 가능성이 높다. 편찬위는 “양 전 대법원장이 간첩이라고 판결했던 6건의 사건 대부분은 재심에서 무죄(1건은 재판 진행 중)를 선고 받았으나 이에 대해 일언반구 사과도 없었다. 사과는커녕 언급조차 하지 않고 철저히 무시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긴급조치 9호에 대한 위헌, 무효 판결에서도 2014년 10월 27일 양승태 대법원은 긴급조치 9호로 처벌받은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의 배상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한 교수는 양 전 대법원장이 과거 독재정권의 입맛에 맞게 판결한 것이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때 뒤집어지면서 자신의 실책이 드러나자 대법원장 자리에 올라 원상 복구시키려고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누이 좋고 나도 좋은’ 재판이기도 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근혜 정권 시절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양 전 대법원장의 특별한 관계에 대해서도 한 교수는 주목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초임판사 시절 담당한 재일동포 간첩사건 4건이 모두 김 전 비서실장이 중앙정보부에서 맡았던 사건인데, 이 두 사람은 학연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김 전 비서실장의 경남고, 서울대 법대 8년 후배다. “정보기관에 있는 선배가 멀쩡한 사람을 간첩이라고 조작해 법원으로 보내면 후배가 간첩이 맞다고 확인 도장을 찍어줬다”는 게 한 교수의 주장이다.

한 교수는 “과거 청산 없이 민주화가 이뤄지다 보니 그 전 독재정권에 부역해서 출세하던 사람들이 사법부의 최고 엘리트라고 해서 승승장구하고 대법원장까지 간 것”이라며 “사실 그런 판사들이 여럿 있는데 양 전 대법원장이 그들의 수장이었다”고 주장했다.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는 국가 권력을 통해 민간인 학살, 내란, 간첩조작, 고문 등 반헌법행위를 자행한 이들을 기록하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10월 12일 출범했다. 지난해 2월 405명의 명단을 발표했고,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1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1차 조사결과 대상은 내란ㆍ헌정유린ㆍ국정농단 22명, 부정선거 2명, 고문조작ㆍ테러 53명, 간첩조작 27명, 학살 7명, 언론탄압 3명 등 각 분야 115명이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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