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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 장관의 침묵… 계엄 문건 4개월 방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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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 장관의 침묵… 계엄 문건 4개월 방치 ‘미스터리’

입력
2018.07.12 04:40
수정
2018.07.12 08:1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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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고 후 조치 묵묵부답 

 송 장관 “어떤 말도 하기 어렵다” 

 촛불정국, 朴정부에선 초유 상황 

 ‘실무차원 검토’ 판단했을 가능성 

 

 #2 

 靑에 보고 제대로 했나 

 김의겸 대변인 “딱 잘라 말 못해 

 사실관계에 회색지대 부분 있다” 

 대통령에 내용 뒤늦게 보고된 듯 

 

 #3 

 정치적인 고려 있었나 

 정부 고위 관계자 “선거 등 생각” 

 일각선 “개혁 위해 공개” 의혹도 

 국방부, 軍 정치적 중립법 추진 

과천 기무사령부 입구. 서재훈기자
과천 기무사령부 입구. 서재훈기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국군 기무사령부(기무사)의 ‘계엄 검토 문건’ 작성 사실을 지난 3월 보고 받고도 사실상 4개월간 방치한 이유가 여전히 미스터리다. 박근혜 정부 당시 기무사가 계엄 선포를 실제로 검토했다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송 장관으로선 묵과하기 어려운 문제였을 텐데도 결과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송 장관이 지난 봄부터 기무사 개혁이란 큰 틀에서 계엄령 문건도 같이 해결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대신 설명했다. 송 장관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군 안팎에선 기무사 문건을 청와대가 보고 받은 시점, 대통령의 특별수사단 구성 지시 타이밍 등을 두고 정치적 해석과 의문도 제기하는 상황이다.

 의혹 풀 열쇠 송영무는 묵묵부답 

송 장관은 지난 3월 이석구 기무사령관으로부터 기무사 문건 작성 사실을 보고 받았다고 국방부는 10일 확인했다. 송 장관은 그러나 보고 후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송 장관은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어떤 말도 하기 어렵다”며 답변을 피했다.

군 안팎에선 일단 송 장관이 해당 문건을 보고도 문제 의식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촛불정국이 박근혜 정부 입장에선 초유의 상황이었던 만큼 당시 군 당국도 위수령, 계엄 선포 등 모든 대비책을 실무 차원에서 검토했던 것이라고 송 장관이 판단했을 수 있다. 실제로 국방부는 법무관리관실 등을 통해 기무사 문건의 위법성 여부를 검토한 결과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수사 대상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청와대 보고는 제대로 됐나 

국방부가 아무리 해당 문건의 폭발력을 안이하게 인식했다 하더라도 청와대까지 비슷하게 판단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때문에 3월 국방부의 보고 후 청와대가 국방부에 수사 지시를 내렸지만, 국방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해온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송 장관에게 수사 요청을 한 사실도 없고, 따라서 당연히 그 요청을 받고 송 장관이 무시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청와대가 국방부로부터 제때 보고를 받지 못했거나, 문건에 실제로 담긴 각종 기계화사단과 특전사 병력, 탱크 동원 준비 등 폭발력 있는 내용을 뺀 채 요지만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칼로 두부를 자르듯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현재로서는 사실관계에서 회색지대 같은 부분이 있다고 밖에 말씀드릴 수 없다”며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는 최근에야 계엄령 문건의 세부 내용을 확인한 뒤 발칵 뒤집혔고, 문 대통령에게도 세부 내용은 뒤늦게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0일 기무사 특별수사단 대통령 지시 관련 담화문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0일 기무사 특별수사단 대통령 지시 관련 담화문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축소 지연 보고에 정치적 고려 있었나 

군 관계자들은 그러나 기무사 문건에 대해 아무리 국방부가 안이하게 인식했다고 해도 청와대 보고를 누락했을 리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 대응이 늦어진 것은 오히려 6ㆍ13 지방선거를 의식한 결과라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기무사 문건이 가진 폭발력을 모르지 않았다”며 “다만 선거 국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송 장관과 여권이 기무사는 물론 육군 중심 군 조직 개혁을 밀어붙이기 위해 계엄령 문건 카드를 이제 공개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제기하고 있다.

한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군의 정치적 중립 준수를 제도화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군 정치적 중립법’은 국방부가 추진 중인 ‘국방개혁 2.0’ 틀에도 포함돼 있었다. 기무사 계엄령 문건 의혹이 확산되자 차제에 법 제정을 서두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 특별법에는 상관의 군 정치 관여 지시를 강력히 처벌할 수 있는 규정과 정치개입 지시에 대한 하급자의 거부 의무 규정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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