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重 희망버스 집회 시점
軍 정치개입 논란 불가피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국방부가 계엄 요건을 완화하기 위해 검토작업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 촛불정국에서 기무사가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에 앞서 이미 군 당국의 무분별한 정치개입 시도가 일상화됐던 셈이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촛불집회 이전인 2011년 12월 국방부가 계엄선포 건의 시기 조정에 대해 청와대와 행정안전부에 검토의견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에 항의하는 희망버스 집회가 수 차례 열리던 시점이다.
당시 국방부는 국가전쟁지도지침서와 충무계획상의 계엄선포 요건을 '충무 1종'에서 '충무 2종'까지 확대해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충무 1종은 전쟁이 임박한 상황, 2종은 전쟁위협이 현저히 고조된 상황에 발령된다. 당시 사회혼란이 극심했으니 충무 2종에 해당하고 따라서 계엄선포가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이에 청와대는 “정부부처와 협의를 통해 충무 2종 사태시에도 계엄선포를 건의할 수 있다”며 부분적으로 동의했다. 하지만 이듬해 5월 청와대, 행안부, 합동참모본부 실무자 회의에서 국방부를 제외한 참석자들이 난색을 표해 결국 무산됐다.
특히 계엄 업무의 주무부서인 합참 계엄과가 아닌 국회 연락 업무를 맡는 국방부 기획조정관실 민정협력과가 이 사안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나 군의 정치개입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국방부는 “아무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김 의원은 “지난 9년 간 보수정권 아래에서 유사시 군 병력 동원 논의가 이어진 게 확인됐다”며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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