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주최 ‘행복 인사이트’ 대회
AI로 수화 통역ㆍIoT로 층간소음 측정 등
사회문제 해결 아이디어 봇물
사업화 해 ‘소셜벤처’ 창업 성공사례도
대기업들도 장학금 지급 등 적극 육성
“전세계 3억6,000만 청각장애인에게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조금은 막연하게 느껴지는 조하경(23ㆍ성균관대 4학년)씨의 원대한 꿈은 다음 문장으로 힘을 얻었다. “몸짓을 읽어내는 3차원(3D) 인식 기술로 수화를 자막으로 바꿔주고 동시에 음성인식 기술로 상대방 말을 글자로 띄워주는 모바일 기기가 있다면, 의사소통의 장벽 때문에 소외되는 청각장애인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세상이 올 거에요.”
조씨는 11일 서울 을지로 SKT타워에 모인 10명의 대학생들 중 한 명이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참신한 아이디어’를 겨루는 ‘SKT 행복 인사이트’ 결승전에 모인 이들은 이날 SK텔레콤 직원 1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긴장한 얼굴로 무대에 올라 이상적인 사회를 구현할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윤영진(서강대 4학년)씨는 “몰래카메라 전파 감지기와 지능형 폐쇄회로(CC)TV를 접목해 ‘여성이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다. 권아름(명지대 4학년)씨는 “담배연기를 감지하는 사물인터넷(IoT)으로 간접흡연 통합 관리 시스템 개발을 제안한다”고 권했다.
“QR코드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가 있다면, 결식아동들이 눈치 보지 않고 아동급식카드를 쓸 수 있을 것”이란 제안(김혜진ㆍ덕성여대 4학년)과 “소리, 진동을 감지하고 소음 가전을 제어하는 홈IoT로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아이디어(이은별ㆍ숙명여대 4학년)도 뒤따랐다.
이날 10명의 학생들은 1등 500만원을 포함해 총 1,05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정보기술(IT)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착한 아이디어’에 SK텔레콤이 귀 기울인 배경에는 최근 불고 있는 ‘소셜벤처’ 창업 열풍이 있다. 소셜벤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일정한 이익도 얻는 기업 또는 조직을 말한다. SK와 현대차 LG전자 등 대기업들도 임직원 자원봉사와 같은 고전적 사회공헌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소설벤처 육성에 적극 나서는 추세다.
초기 소셜벤처 시장에선 폐자동차 시트를 활용한 친환경 가죽 제품(모어댄),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를 담은 꽃 디자인 상품(마리몬드) 등 제조 및 판매 업종이 주류였지만 IT 기술을 활용하는 소프트웨어 영역에서도 소셜벤처 창업이 활발하다. 청각장애인용 음성통역 애플리케이션(소보로), 만성신부전증 데이터 분석 기반 맞춤형 식단 추천(맛있저염) 등이 대표적이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소셜벤처 등 사회적 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국내 ‘임팩트 투자’ 규모는 2015년 기준 539억원으로 전 세계 투자액(125조원)의 0.35% 수준이다.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최근 들어 중소벤처기업부의 임팩트 투자 펀드(1,200억원 규모) 조성 등 정부 지원과 다양한 민간 영역에서의 자발적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준호 SK텔레콤 PR2실장은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왔다”며 “IoT, 인공지능(AI) 등 IT 인프라를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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