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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침출수가 주민 간이상수원 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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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침출수가 주민 간이상수원 오염”

입력
2018.07.1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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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 은탄리 주민 “초지용도 군유림이 음식물처리장으로 둔갑”

충북 진천군 문백면 은탄리 앞산 산사태 현장에서 침출된 오수가 고여 웅덩이가 됐다. 악취가 진동하는 이 오수가 산골짜기를 타고 마을로 흘러들고 있다. 한덕동 기자
충북 진천군 문백면 은탄리 앞산 산사태 현장에서 침출된 오수가 고여 웅덩이가 됐다. 악취가 진동하는 이 오수가 산골짜기를 타고 마을로 흘러들고 있다. 한덕동 기자

10일 오후 충북 진천군 문백면 은탄리 은성마을 앞산. ‘00농장’이란 작은 푯말을 따라 산 위로 올라가니 농장은 보이지 않고 산사태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서자 꿰진 흙더미에서 음식물 썩는 것 같은 악취가 진동을 했다. 흑 속엔 동물 뼈와 비닐 쪼가리, 플라스틱 조각 등이 마구 엉켜 있다. 무너진 산허리 아래 쪽엔 적갈색의 오수가 고여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흰 거품을 잔뜩 머금은 이 오수가 산골짜기를 타고 아래 마을로 흘러들고 있었다. 주민 강명운(67)씨는 “오수가 우리마을 도랑과 농경지는 물론 아래쪽 갈탄마을까지 온통 오염시키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마을 주민들이 이곳의 오수 유출을 확인한 것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가 내린 뒤 마을에 악취가 풍기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주민들은 스스로 원인을 찾아 나섰다. 며칠 간의 추적 끝에 악취를 풍기는 오수가 마을 앞산 군유림에서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 아울러 이 군유림에 초지를 조성하겠다고 땅을 임차한 개인 사업자가 인근 청주시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 등을 대량으로 매립한 사실도 밝혀냈다. 산 위에 쌓아놓았던 쓰레기 더미가 폭우로 무너지고, 거기서 침출수가 발생했던 것이다.

주민들의 대책 요구에 진천군은 지난 2월 산사태가 난 곳에 축대를 쌓고 거적을 덮는 등 복구 작업을 했다. 하지만 지난 5일 내린 국지성 호우로 또다시 산사태가 나고 1년 전과 똑같이 침출수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산사태로 무너진 흙더미 속에는 동물 뼈다귀와 비닐 조각 등이 뒤엉켜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무단으로 매립한 의혹이 드는 대목이다. 한덕동 기자
산사태로 무너진 흙더미 속에는 동물 뼈다귀와 비닐 조각 등이 뒤엉켜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무단으로 매립한 의혹이 드는 대목이다. 한덕동 기자

같은 사고가 재차 터지자 주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이미 논바닥엔 미끌미끌한 오수가 스며들고 있고 동네 소류지 물까지 썩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주민들이 더 우려하는 것은 식수 오염 문제다. 이 마을 조규대(76)노인회장은 “동네 사람들이 식수로 쓰는 간이상수도에도 이미 오수가 스며들고 있다”며 “침출수를 즉시 차단하고 주민을 상대로 정밀 건강검진을 실시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오수가 흘러 들어 적갈색으로 변해가고 있는 은성마을 소류지. 은성마을 제공
오수가 흘러 들어 적갈색으로 변해가고 있는 은성마을 소류지. 은성마을 제공

진천군은 관리 부실로 도마 위에 올랐다. 군과 주민들에 따르면 문제의 현장은 3만 5,000㎡의 군유림으로, 2016년부터 청주시에 거주하는 김모씨가 목축용 초지 용도로 임대해왔다. 그런데 김씨는 초지 조성 과정에서 음식물찌꺼기 등을 대량으로 산에 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천군은 작년 산사태 당시 현지 조사를 통해 김씨가 음식물발효 공장에서 나오는 1,200톤 가량의 음식물퇴비를 매립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민 정광훈(64)씨는 “현장 조사를 해보니 비닐 조각 등을 포함한 음식물쓰레기가 수 미터 두께로 쌓여있고 주변 나무들은 말라 죽고 있었다”며 “초지 조성을 빙자해 음식물쓰레기 매립장으로 이용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군유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당국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진천군을 성토했다.

이화섭 진천군 산림경영팀장은 “인력 부족으로 현장 점검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을 인정한다”면서 “일단 말썽이 된 군유림 대부자 계약을 취소하고 현장복구 대책을 세운 뒤 소요된 비용은 대부자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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