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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떠난 후 첫 신곡 발표
복고풍 R&B 리듬 담은
‘오버 마이 스킨’ 직접 작사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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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 신은 남성 댄서들과
소수자 연대 당당히 외치기도
11일 오전 9시. 낯선 긴 번호가 빠르게 흐르며 휴대폰이 요동쳤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아이돌그룹 소녀시대로 활동했던 티파니다. 미국에서 걸려온 국제전화였다. 현지시간은 10일 오후 5시. 로스앤젤레스의 한 연습실에서 밴드 합주 연습을 막 끝내고 왔다는 그의 목소리는 명쾌했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SM)를 떠난 티파니의 신작 발표를 계기로 이뤄진 통화였다. 미국 패러다임 탤런트 에이전시에 새 둥지를 튼 뒤 국내 언론과의 첫 인터뷰다.
티파니는 지난달 29일 노래 ‘오버 마이 스킨’을 공개했다. 지난해 8월 소녀시대 6집 ‘홀리데이’를 내고 팀 활동이 잠정 중단에 들어간 뒤 홀로 낸 첫 신곡이다. 1990년대 복고풍 리듬앤블루스(R&B)에 얹혀진 티파니의 감칠맛 나는 목소리는 곡을 뜨겁게 달군다.
티파니는 작사, 작곡을 해 새 출발을 준비했다. “내 열정을 끄지 않을 거야”라고 외치는 그는 곡에서 거침없이 새로운 미래를 욕망한다. 이 과감함은 앨범 표지 사진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투명한 비닐로 얼굴을 가린 티파니는 눈 주위 비닐을 찢고 정면을 바라본다. 티파니는 “소녀시대로 활동할 때 포장된 인형이나 베일에 싸인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번에 좀 더 솔직한 나를 당당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간 알던 티파니와 다를 수 있다”는 의미도 담겼다.
팝스타 비욘세와 작업한 유명한 미국 안무가 야니스 마셜은 이달 초 유튜브에 ‘오버 마이 스킨’ 춤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서 티파니는 하이힐을 신은 남성 춤꾼들과 몸을 흔들며 곡을 파격으로 이끈다. 여성과 남성의 구분이 없는, 성 고정 관념 뒤집기다. 제약 많은 아이돌로 10년 넘게 산 티파니는 주위 눈치 보지 않고 소수자에 연대를 표한다. 그는 지난 2일 미국 음악전문지 빌보드를 통해 한국계 미국인으로 문화적으로 때론 오해를 받고 혼자라고 느꼈던 경험을 털어놓고 표현의 자유와 평등을 얘기하며 성소수자 지지 편지를 띄우기도 했다.
티파니는 지난해 9월부터 미국에서 연기 학교에 다닌다. 요즘엔 영화 ‘라라랜드’(2016)의 배우 지망생 미아처럼 산다고 했다. 티파니는 “대본이 들어오면 학교 수업 끝나고 정말 ‘라라랜드’에 나온 것처럼 특정 건물을 찾아가 캐스팅 오디션을 본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떨어진 적도 있지만 천천히 준비하며 기회가 된다면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다”며 웃었다. 타파니는 곧 아시아 여러 나라를 돌며 팬 미팅을 열고 신곡 무대를 선보인다. 그는 “그간 만들어 놓은 곡이 많아 앞으론 자주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고 바랐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티파니는 15세에 현지 SM 오디션을 거쳐 한국으로 건너왔다. 14세에 어머니를 잃고 몸과 마음이 크게 흔들렸던 소녀는 오로지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연습실에서 땀을 흘렸다.
18세에 데뷔해 소녀시대에 청춘을 바친 티파니에게 팀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티파니는 솔로 활동 명을 티파니 영(Young)으로 바꿨다. “아티스트로의 정체성은 소녀시대 티파니”에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해 소녀시대 활동명에 본명(황미영)의 이름 끝 자를 영어로 붙였다. 영(永)이 영원하다는 뜻의 한자라 더 애착이 갔다고 했다. 소녀시대로서의 활동 가능성을 묻자 티파니는 “언제든지 (일정을) 조율할 수 있다”며 열의를 보였다. “멤버끼리는 틈틈이 모이니 너무 (해체를) 걱정하지 마라”는 넉살까지 부렸다.
18세에 ‘다시 만난 세계’(2007)로 세상을 향해 발차기를 했던 소녀는 23세에 소녀시대 소그룹인 태티서의 ‘트윙클’(2012)을 부르며 풋풋함을 보여줬다. 내년이면 서른을 앞두고 ‘오버 마이 스킨’을 들고 홀로 선 티파니는 더 뜨겁고 강렬해졌다.
“소녀시대로 멤버들이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잖아요. 그게 매력이었고요. 솔로로서 이제 시작하는 단계지만 최선을 다해 계속 성장하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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