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맞불관세 규모의 4배로 보복 대응
발효 땐 中 대미수출액 절반에 고율관세
中 “필요한 보복 할 것… WTO 추가제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10일(현지시간)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 제품에 대해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미중 무역 전쟁이 최악의 치킨 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의 500억 달러 관세 부과에 중국이 맞대응에 나서자, 미국이 다시 4배 규모로 보복 대응에 나선 것이다. 두 달의 유예 기간이 있지만, 미중이 양보 없는 전면전 태세에 돌입하고 있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중국이 자신들의 관행을 바꾸지 않고 보복에 나선 결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은 USTR에 추가적인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10% 관세를 부과하는 절차를 시작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년간 트럼프 정부는 인내심을 갖고 중국에 불공정 행위를 중단하고 시장을 개방해 진정한 시장경쟁에 임하라고 촉구해 왔다"며 "불행히도 중국은 태도를 바꾸지 않아 미국 경제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USTR은 이날 추가 관세 부과 대상으로 6,031개 폼목을 제안했으며 내달 30일까지 공청회와 의견수렴을 거친 이후에 최종 폼목을 확정할 예정이다. 무역대표부가 제안한 리스트에는 첨단 기술 제품과 석탄 철강 알루미늄 등에 더해 의류와 야채, 과일, 생선, 냉장고, 자전거, 담배, 골프가방, 스키 등 소비재 품목이 대거 포함됐다.
트럼프 정부는 앞서 이달 6일부터 각종 산업 부품ㆍ기계설비ㆍ차량ㆍ화학제품 등 340억 달러 규모의 818개 품목에 대해 25% 관세부과 조치를 발효했고, 이달 안으로 160억 달러 규모의 284개 품목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에 중국도 즉각 미국산 농산품, 자동차, 수산물을 포함한 340억 달러 규모의 545개 품목에 대한 보복 관세 조치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유보하고 있는 2,000억 달러어치가 있고, 3,000억 달러도 있다”고 추가 보복 관세가 5,000억 달러까지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2,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총 2,500억 달러로 확대돼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액(5,055억 달러)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이에 대해 중국 상무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보복을 할 것이다”면서 “우리는 동시에 미국의 일방주의 행위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즉시 추가 제소할 것이다”며 맞대응 방침을 밝혔다. 상무부는 “미국의 행위는 중국과 전 세계를 해칠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해치고 있다”면서 “이성을 잃은 행위는 사람들의 인심을 잃을 것이다”고 맹비난했다. 중국은 그러나 보복 조치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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