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금융권 최초로 계열 은행과 증권사의 딜링(금융상품 매매) 업무 공간을 통합했다. 금융그룹 계열사들이 통합점포를 꾸려 대고객 영업을 하는 경우는 적지 않았지만, 이번처럼 같은 공간에서 핵심 업무를 협업 수행하는 것은 새로운 시도라 주목된다.
KB국민은행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교직원공제회 신사옥 더케이타워에 은행과 KB증권의 자본시장 업무 담당 부서를 한곳에 배치하는 ‘코로케이션(Co-location)’을 완료했다고 11일 밝혔다. 양사 직원들은 이곳에 설치된 ‘스마트딜링룸’에서 채권, 주식, 외환, 파생상품 거래 업무를 보면서, 상호 교류를 통해 운용 기법, 시장전망 분석 등을 공유하게 된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계열사의 영업점을 한데 모으는 통합점포는 그간 금융권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계열사 간 특정 업무 부문을 하나의 공간에 통합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코로케이션으로 각 계열사의 자본시장 전문가들이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한층 깊이 있는 통찰력과 운용 역량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향후 운용 대상 자산의 확대, 차세대 자본시장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국내 자본시장을 대표하는 선두주자로서 입지를 굳히겠다”며 “적기 시장정보, 구조화 상품 및 헤지형 상품 등 맞춤형 솔루션 제공 등 대고객 서비스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사 직원들은 이날 새로 문을 연 스마트딜링룸에서 업무를 보게 된다. 딜링룸은 글로벌 시장 상황을 빠르게 공유할 수 있는 미디어월이 설치돼 있고, 장시간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직원들을 위해 모션데스크 도입, 휴게 라운지 설치 등 쾌적한 근무환경을 제공한다. 다만 양사가 업무까지 통합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투자업을 겸업하는 금융사의 경우 사업부 또는 계열사간 정보 교류를 엄격히 차단하는 ‘정보차단벽(Chinese wall)’ 규정 때문이다. 사업부 간 이해상충으로 고객이 피해를 입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다. 때문에 직원들은 소속사 딜링룸에서 업무를 보고 출입문도 따로 쓴다. 국민은행은 법률적으로 허용된 범위 내에서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꾸준히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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