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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망친 터키 사진사가 '영웅'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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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망친 터키 사진사가 '영웅' 된 사연

입력
2018.07.1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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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각) 터키가 장악한 시리아 북서부 아프린 관공서 앞 파괴된 사라이야 로터리 조형물 옆을 기아자동차 차량이 지나고 있다. 차량의 번호판 대신 터키 국기와 자유시리아군 깃발 디자인이 붙어 있다. 독자제공=연합뉴스
1일(현지시각) 터키가 장악한 시리아 북서부 아프린 관공서 앞 파괴된 사라이야 로터리 조형물 옆을 기아자동차 차량이 지나고 있다. 차량의 번호판 대신 터키 국기와 자유시리아군 깃발 디자인이 붙어 있다. 독자제공=연합뉴스

터키 동부에서 결혼식에 고용된 사진사가 예식을 망치고 '영웅'이 됐다.

주인공은 터키 말라티아주(州)의 결혼 사진사 오누르 알바이라크다.

10일(현지시간) 터키 일간 하베르튀르크 등에 따르면 알바이라크는 이달 5일 열린 한 결혼식에 사진사로 고용됐다.

식장에서 신부를 처음 본 알바이라크는 신부가 너무나 어려 보인다는 생각에 신랑에게 신부의 나이를 묻자 "열다섯"이라는 답을 들었다.

터키의 혼인 가능 연령은 남녀 모두 18세이며, 개별적으로 법원의 허가를 받으면 17세도 결혼할 수 있다. 17세 미만의 혼인은 어떤 경우든 불법이다.

대부분 사진사가 이러한 상황을 개의치 않거나, 어쩔 수 없이 촬영을 해주고 넘겼겠지만 알바이라크는 달랐다.

그는 신랑에게 화를 내며 항의했고, 신랑은 계약대로 촬영하라고 요구했다.

두 사람의 말다툼은 몸싸움으로 번져, 신랑의 코뼈가 부러졌다.

사건은 지역 언론을 통해 소개된 후 터키 전역에 알려졌다.

알바이라크는 취재진에 "결혼식장에서 신부를 처음 봤는데, 어린애였고 신부가 공포로 떨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 사건으로 유명인사가 된 알바이라크는 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소녀 신부는 아동학대다. 세상 누구도 나한테 소녀 신부 사진을 찍게 할 수 없다"고 썼다.

알바이라크의 행동은 조혼 문제가 심각해지는 터키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의 스튜디오 근처에는 만에 하나 신랑이나 지인들의 해코지로부터 알바이라크를 지키겠다며 그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알바이라크는 사건이 알려진 후 터키 전역의 결혼 기획업체 100여 곳으로부터 앞으로 조혼 예식을 맡지 않겠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내가 이 문제에 경각심을 일으켰다니 뿌듯하다"면서 "나는 그 결혼식 사진을 찍지 않았지만, 이 나라의 진실을 보여주는 사진을 찍은 셈"이라고 말했다고 하베르튀르크는 전했다.

터키 남부와 동부, 중부 등 종교적으로 보수적인 지방에서는 이슬람교리상 허용된다는 이유로 10대 초반 소녀와 결혼이 묵인되곤 한다.

특히 시리아내전으로 대규모 난민이 유입되면서 동부나 동남부를 중심으로 사실상 매매혼 형태의 조혼(早婚)이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교실 대신 결혼을 강요당하는 난민 소녀가 많아지며 터키에서 조혼에 대한 문제의식도 약해지고 있다고 한다.

터키 남부 출신으로 이스탄불 소재 한국 기업에 일하는 알페르 퀴취카슬란은 연합뉴스 취재진에 "남부나 동부 국경지역에는 기혼 소녀를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난민이나 빈곤 가정의 부모가 돈을 받고 딸을 신부로 '파는' 식이어서 고발이나 처벌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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