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확인땐 적발 가능한데 방치
“아시아나 외국인 임원 재직 땐
제재 여부 정부 재량” 거짓 해명도
국내 양대 항공사가 모두 외국 국적자가 등기이사로 재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가 항공사들의 불법행위를 눈감아 준 것이란 의혹이 커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 등기이사 재직은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중대한 위법행위이고, 서류만 확인하면 밝혀낼 수 있는 데도 오랜 기간 방치돼 왔다는 점에서 항공사와 국토부 간의 오랜 유착관계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행태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국토부는 아시아나항공의 외국인 등기이사 재직 사실이 드러난 후에도, 거짓 해명을 통해 아시아나를 비호하기도 했다.
10일 국토부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전날 아시아나의 외국인 등기이사 재직 논란이 확대되자 “2012년 7월까지는 외국인 임원 재직관련 제재 여부가 정부 재량에 속해 있었다”며 처벌이 어렵다고 해명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 등기서류를 확인한 결과 미국 국적 ‘브래드 병식 박’씨는 지난 2004년 3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아시아나 등기이사(사외이사)로 재직했다. 이를 두고 국토부는 외국인을 등기이사로 임용할 경우 반드시 면허를 취소하게끔 규정이 강화된 2012년 이전에 브래드 박씨가 물러났으므로 처벌이 어렵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부분적 사실로 사실상 거짓 해명이다. 과거 항공법 관련 조항을 보면, 외국인이 국적 항공사의 등기이사 재직과 관련해 1999~2008년까진 면허취소 사안이었다가, 2008년~2012년 ‘정부가 재량에 따라 면허 정지와 취소 등의 제재를 할 수 있다’는 재량 사안으로 바뀌었고 이후 2012년부터 다시 면허취소 사안으로 재변경됐다. 브래드 박씨가 아시아나 등기이사로 있던 2004~2008년 사이엔 항공법에 따라 박씨의 등기이사 재직은 면허취소 사안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브래드 박씨가 2010년 등기임원에서 제외될 당시 항공법상 외국인 등기임원 재직여부가 면허취소 강행규정이 아니었다”고만 해명했다. 브래드 박씨의 2004~2008년 재직의 위법에 대해서는 함구한 것이다.
국토부의 이런 입장은 최근 진행 중인 진에어에 대한 행정처분 검토와 관련해 형평성 문제도 일으킨다. 진에어는 2010∼2016년 사이 미국 국적자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를 등기이사로 올린 사실이 드러나 현재 국토부가 면허취소 등 처분을 검토하고 있다. 조 전무의 경우 2010~2012년 재직 시절은 제재에 대한 정부 재량권이 있던 시기였고, 2012~2016년은 면허취소 시기에 해당한다. 국토부는 여기서 2012~2016년의 재직을 문제 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건은 사실상 같은 사례인데, 국토부가 아시아나항공 건만 묵인하고 넘어가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에어에 이어 아시아나항공의 외국인 등기이사 재직 사실을 국토부가 수년간 놓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항공사와 국토부 공무원 간의 고질적인 유착관계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지난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당시 국토부 소속 조사관이 사건 조사단의 일거수일투족을 대한항공에 그대로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땅콩 회항’ 관련 징계 과정에서도 봐주기 의혹은 이어졌다. 대한항공이 땅콩회항에 대해 거짓 진술과 승무원 회유 등 사건 은폐를 시도했는데도 국토부는 사건 발생 3년 6개월이 지난 후인 지난 5월에야 늑장징계를 내렸다. 처벌 수위도 조 전 부사장에게 150만원의 과징금만 부과하는 등 솜방망이 징계에 그쳤다.
항공사와 국토부 공무원 간의 유착관계는 국토부 내부에 항공사 직원들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1월 기준 16명(서울지방항공청 포함)이었던 대한항공 출신 항공안전감독관의 수는 현재 19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땅콩회항사건을 계기로 공무원과 항공사와의 유착 관계가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전혀 바뀌지 않았다”면서 “국토부가 항공사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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