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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트렌드, NOW] 노예 출신 남수단 청년 “황폐화된 조국 위해 대통령 출마하겠다”

입력
2018.07.10 18:00
수정
2018.07.10 19:5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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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수단 난민 출신으로 약 20년 전 미국에 정착한 볼 가이 뎅이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시에 있는 대형 유통매장 로우스(Lowe's)에서 카트를 옮기고 있다. 남수단 대통령을 꿈꾸는 그는 낮에는 선거운동을, 야간에는 물품 하역 근무를 하면서 ‘아프리카의 지도자’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아프리카 수단 난민 출신으로 약 20년 전 미국에 정착한 볼 가이 뎅이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시에 있는 대형 유통매장 로우스(Lowe's)에서 카트를 옮기고 있다. 남수단 대통령을 꿈꾸는 그는 낮에는 선거운동을, 야간에는 물품 하역 근무를 하면서 ‘아프리카의 지도자’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아프리카는 통치자(ruler)를 원하는 게 아니다. 지도자(leader)를 바란다. 미국에서 훈련을 받은 나는 지도자가 될 수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시의 가정용품 유통매장 로우스(Lowe’s)에서 야간 교대근무를 서고 있는 청년 ‘볼 가이 뎅’은 최근 워싱턴포스트(WP)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 수단 내전을 피해 미국으로 탈출한 ‘난민’ 출신이다. 이른바 ‘수단의 잃어버린 소년들(Lost Boys of Sudan)’ 중 한 명이었던 그는 이제 2011년 내전 종료와 함께 주권국가로 독립한 남수단의 대통령직을 꿈꾸고 있다.

WP는 2013년 이후 또다시 내전에 휘말린 조국 남수단의 ‘진정한 지도자’가 되겠다면서 낮에는 선거운동을, 밤에는 물품 하역 근무를 하며 지내고 있는 뎅의 사연을 7일(현지시간) 소개했다. 30대 후반인 뎅은 자신의 정확한 나이를 모른다. 마을을 급습한 수단 무슬림 세력에 팔려 일곱 살쯤부터 노예가 됐던 그는 수년 후 열차를 타고 도망쳤고, 이집트 카이로의 난민 캠프 등을 거쳐 10대 후반이던 1999년 미국에 왔다. 이후 리치먼드에 정착했고, 버지니아카먼웰스대에서 국토안보 전공 학사 학위도 받았다. 2005년에는 미국 시민권도 획득했다.

미국 버지나아주 리치먼드의 자택 침실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뎅의 모습.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미국 버지나아주 리치먼드의 자택 침실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뎅의 모습.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남수단 대통령을 희망하게 된 이유는 내전 속에 황폐화된 조국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뎅의 친구인 우체이는 “잃어버린 소년들 중 ‘변화’를 만들겠다며 다시 고국으로 돌아간다고 나선 이는 아무도 없었다”며 “뎅은 미국에서 줄곧 남수단 국민의 삶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고민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뎅은 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의 영어 실력 향상, 남수단 의약품 제공 등을 돕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당초 2017년이던 대선 시기가 정정불안으로 계속 미뤄지고 있지만 뎅은 언제라도 출마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전직 TV앵커와 공화당 출신 활동가 등이 선거캠프에 참여했고, 버지나아 주지사나 미 연방정부 관리들도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우간다와 케냐, 에티오피아를 찾아 “남수단에 민주주의와 정직함의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전 세계 곳곳의 수단 출신 이민자 사회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을지 확실치 않다. 더 큰 문제는 살바 키르 현 남수단 대통령이 반군과의 협상을 빌미로 2021년까지 집권 연장을 추진 중이라는 점이다. 민주적 절차로 권력이 교체될 기미가 현재로선 전혀 없다는 얘기다.

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원 사격’을 바라고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키르 대통령에게) ‘물러나라’는 트윗을 날려줬으면 좋겠다. 간단하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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